▲이상이 20년 넘게 살았던 집. 지금은 지붕만 남아있는 상태다.
김대홍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같이 남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세상에서 골목에선 이웃을 생각하는 정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누상동 이중섭 집을 찾아갔을 때다. 골목이 워낙 좁아서 사진 찍을 각도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참 방향을 찾다가 앞집 담벼락을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우산을 쓰고 가던 아주머니가 뒤돌아서더니 "누구세요? 어디 분이세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중섭 가옥 찍으러 왔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의심하는 표정을 풀면서 "이 동네 사람들 다 아는데,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요"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분은 집으로 가는 내내 나를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마을에서 빠져나올 땐 고마운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일행 세 명이 잔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아이구, 비를 맞네"라며 놀라워하셨다. 그리곤 "세 사람이 이 우산 쓰고 가요"라고 하면서 불러 세웠다. 마음만으로도 고마웠다. 아마 우산을 받고서 다음에 찾아뵈었다면 또 다른 인연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용기를 내진 못했다.
골목 동네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니 골목에도 소란이 없을 수 없다. 골목 사람들은 벽보를 붙여서 뜻을 종종 나타낸다. '대문을 닫고 다니자'(대문을 열어 놓으면 지나다니는 데 방해가 되니까),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꽃을 꺾지 말자'와 같은 벽보들이 붙어 있는데, 90% 이상은 쓰레기 문제였다. 도시 공동체 사회에서 쓰레기 문제가 가장 큰 문제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