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의 또르띠야 시위지난 1월 카르데나스농민회를 비롯한 농민, 노동자, 빈민 7만여명은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에서 바이오에탄올로 인한 옥수수가격 폭등에 항의하며 가격안정화 대책을 요구했다.
장윤선
정책은 책상 위에 있는데, 공장은 이미 건설 중라몬 카를로스 멕시코 환경부 에너지-광물생산국장은 지난 9월 14일 그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멕시코도 최근 세계적 시류에 따라 바이오에탄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멕시코의 바이오에탄올정책은 녹색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라몬 국장은 "옥수수 바이오에탄올은 식량 옥수수와 경쟁관계에 놓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며 "옥수수보다 훨씬 에너지효율이 높은 사탕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옥수수에 비해 사탕수수가 8.3배 더 생산량이 많다는 것도 강조했다. 옥수수 대신 사탕수수가 멕시코 에탄올의 원료가 될 듯이 말했다.
라몬 국장의 발언에 따르면, 멕시코의 바이오에탄올정책은 추진단계이지 실행단계가 아니다.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가 실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책상 위의 정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와 의회의 이같은 대립에 관계없이 로스 모치스 부근 쿨리아칸에서는 바이오에탄올공장이 건립 중이라는 점이다. 로스 모치스 공항에서 승용차로 5시간. 쿨리아칸에 건설 중인 바이오에탄올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170㎝ 사람 키의 4배는 족히 넘는 커다란 원형 통 8개가 축을 이루며 하늘로 높이 올라갔다. 바깥 원을 따라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 설치돼 있었고, 공장 앞으로는 옥수수 밭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옥수수 밭 한 가운데 바이오에탄올공장이 들어서는 셈이다.
옥수수 밭과 공장 사이에는 철도가 있는데, 이 철도는 오래 전부터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실어나르던 화물용 철도라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CIMSA가 건축 수주를 받아 짓고 있는 이 바이오에탄올공장에서 1개월간 일했다는 레네 구티에레스는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공장을 짓고 있다"며 "시멘트로 건설된 공장 안에 양철을 붙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 건축에는150명의 인부가 동원됐으며 내년 5월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쿨리아칸 바이오에탄올공장 현장공개 거부한 까닭공장 건물 내부를 보기 위해 시도했지만 공장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현장반장 살바도르는 "작년에 공장 건립이 시작됐다"며 "그 누구도 공장주의 허락 없이 공장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출입불가라는 얘기다.
대신 살바도르는 몇 가지 팁을 주었다. 내년 7월부터 공장이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에탄올 공장이 건립된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내년 7월부터 가동 예정인 바이오에탄올공장이 있다? 한국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멕시코에서는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시공식 때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테이프커팅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실비아 리베이로 멕시코 환경단체 ETC 디렉터는 지난 9월 17일 멕시코시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중남미 바이오에탄올산업은 거의 다국적 곡물기업 카길 자본이 들어가 있다"며 "쿨리아칸에 바이오에탄올 공장이 세워지면 곧 환경오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중서부에서 옥수수 바이오에탄올 생산으로 인해 물 부족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앞으로 물 부족과 토질오염이 시작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또 법률적으로는 멕시코 법인 공장이지만, 아마도 자본은 다국적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합작으로 이뤄지는 형태의 사탕수수 제당공장이 많은 것처럼 옥수수 바이오에탄올도 마찬가지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