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한의 문국현 비판은 지나친 이분법적 폄훼

다수의 진보진영 지식인들이 문국현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등록 2007.11.03 15:47수정 2007.11.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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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윤여진,조진한으로 이어지는 논쟁은 구경꾼들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의 것이다.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논쟁이 문국현 후보 진영이 지금 당장 가장 시급하게 교정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국현 후보 캠프가 지금 당장 버려야 할 것은 “건설비리 척결의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이와 연계되어 남발되고 있는 감세론”이다.

 

문국현 후보 캠프는 건설비리 척결로 1년에 25조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다.또한 문후보는 이 주장을 믿고 30% 유류세 감세론(이는 차후에 철회),소득세 7~8조 감세론,법인세율 5%p 감세론(7조원)을 공약(조세일보 10월 29일자)하고 있는데 이런 문국현 후보의 행보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왜 이런 행보가 위험한 도박인지 검토해 보기로 하자.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에 의하면 2005년 건설업 총산출액은 155.5조이다. 건설사들은 이를 산출하기 위해서 다른 산업으로부터 88.5조의 중간재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고 66.4조의 부가가치를 남긴다.

 

그리고 이들은 66.4조의 부가가치 총액 중에서 0.7조는 생산세로 납부하고 4.9조는 감가상각비 등으로 비축하며 44.8조는 181.4만명에게 1인당 평균 2470만원씩 피용자보수로 지불하고 16.0조는 기업영업잉여로 가져간다.

 

따라서 개혁진영이 건설비리 척결로 건설사 관련 폭리를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은 88.5조의 중간재 구입비용 부분과 16.0조의 기업 영업 잉여 부분 뿐이다.

 

이 둘을 합친 104.5조 중에서 30%를 절감하면 건설사에 중간재를 대는 기업들과 건설사들로부터 일반 국민들과 정부에게 31조 정도의 이익이 이전될 것이다.

 

아울러 공공부문 발주액은 총기성액 155조 중에서 53조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31조 이익 중 34%인 10.5조 정도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이라는 것은 중앙정부,지방정부,토공,주공,도공,수공 등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 중 중앙정부 예산절감액이 어느 정도일지는 캠프에서 알아서 계산해 보시기 바란다.

 

지금 문국현 후보 캠프는 도저히 10조 이상의 중앙정부 예산 절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14~15조의 소득세,법인세 감세론을 펴면서 거액의 교육예산 증액을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문국현 후보 캠프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본론으로 들어가서 조진한 기자의 글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로 한다.내가 조진한 기자의 글을 비판한다 하여 윤여진 기자의 글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조기자가 문국현 후보 공약의 긍정성까지 애써 무시하며 과도한 이분법으로 비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조기자는 그의 글에서 “문 후보로부터 '어떻게'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올려서 추가성장을 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4조2교대-평생학습의 메아리 뿐. 구체적인 제도와 방법은 아직 들어본 바 없다.”고 썼는데 이 말은 내가 민주노동당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이다. 정태인 교수의 글을 보자니  지역별,산업별 학습조직 이야기하는데 그 정도 이야기는 KDI보고서도 다 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조기자 말대로 “'어떻게(how)'가 빠졌다.”는 것이다.그런데 “어떻게”가 빠진 것이  문후보 뿐인가.권후보 공약에는 그것이 충실히 들어 있는가. 이 문제는 추상적인 어휘 한 두 개 집어 넣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어떻게”에 대해서는 뒤에서 서술하기로 한다.

 

조기자는 또 “그 답은 바로 성장(률)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고용(률)을 높이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조기자는  “성장(률)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고용(률)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표현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성장율 높이는 것과 고용율 높이는 것은 병행해야 할 과제이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가 조기자의 생각이 이분법적이라는 생각을 굳히는 근거는 바로 아래 이어지는 그의 말 때문이다.그는 바로 아래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진보들이 동경하는 북유럽 나라들이 요즘 집중하는 것은 외자유치와 해외자원개발로 인한 GDP 고도성장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 시대의 고용 증대와 일자리 연대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나는 이 주장이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주장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들이 성장과 일자리 연대 중에서 후자에 집중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과문해서 그러니 그 근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

 

북유럽은 “고도의 복지”와 “고도의 노동의 유연성”을 맞바꾼 케이스다. 진보진영이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의 영미식 성장전략을 거부하는 것은 이들이 복지 수준이 바닥인 한국사회에서 막연한 약속만 남발하며 북유럽 수준의 “고도의 노동의 유연성”을 정착시키려 하기 때문이고 말이다.

 

그러나 북유럽이 성장과 분배 중에서 후자만 강조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엄밀히 말하면 북유럽은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우리가 북유럽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균형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현실에 분노하는 것은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이 너무나도 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이 과도해서 과소한 분배가 성장잠재력까지 크게 훼손할 상태에까지 와 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지 성장보다 분배가 더 좋아서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조기자가 “성장(률)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고용(률)을 높이는 방식”이라 하는 것을 보니 
문국현 후보를 마치 성장률에만 얽매이고 고용율에 소홀한 사람처럼 오해하는 것 같은데 그런 비판은 정당하지 못하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문후보는 어느 누구보다도 “사회적 일자리 창출”,“고용 증대와 일자리 연대”에 앞장서 온 사람이다. 또 그는 말이 아니라 이를 구체적인 실천에 옮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IMF 직후 우왕좌왕하던 정부가 서민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문후보의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을 전격 수용한 것은 상당히 유명한 일화다.

 

그렇다면 문국현 후보의 긍정성은 무엇인가. 왜 진보진영 지식인들이 그에게 주목하는가.

문국현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지지자들이 조기자가 추천하는 북유럽 모델을 잘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부담율(조세부담율+4대 보험료 등등)을 현재의 25% 정도에서 북유럽의 40~50%수준으로 단숨에 끌어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부담율을 높이는 전략과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조기자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조기자도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국민부담율이 낮고 그 결과로 보건복지인력의 비중이 터무니없이 낮다.그러다 보니 북유럽에 비해 취업자의 10%인 230만명 정도가 보건복지 인력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영세자영업자 시장으로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영세자영업자 과잉-->과열경쟁-->1인당 부가가치(생산성) 감소-->재투자 불가-->생산성 추가 감소-->매년 40~50만개 폐업,개업 반복”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풀기 위해서는 국민부담율을 높임과 동시에 국가가 이들의 1인당 소득,1인당 부가가치,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에서 노사도 서로 협력하여 4조 2교대제를 통해, 학습경제를 통해 1인당 소득,1인당 부가가치,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국현 후보 주장의 골자이다. 그의 이런 주장과 실천들은 우리 진보진영의 매우 귀중한 자산들이다.

 

문제는 문국현 후보도 그렇고 권영길 후보도 그렇고 아주 중요한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조기자가 말한 “어떻게(how)”이다. 나는 그것을 대학생들의 경쟁력과 근로자들의 기술경쟁력을 배가시킬 실사구시형 대학교육개혁에서 찾고 있다.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두 후보는 아직은 이 부분에서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를 보면 지방대학은 지방 클러스터의 핵심이다.근로자들의 재교육의 산실이고 말이다.우리나라 정부도 초중고 교육예산 증액은 자제하고 대학 교육예산 증액에 박차를 가하되, 정부가 교육예산배분권을 활용하여 지방대학 중심으로 재정 지원하고 대신 폴리테크닉형 대학개혁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과감히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문대 전체 재학생 1년 등록금 총액이 3조 내외이므로 정부는 1~2조의 교육재정을 지원하여 이들을 폴리테크닉형 대학으로 전환하게 해야 한다.그리고 이들 중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대학에는 재정을 추가 지원해 주고 대신 외국 대학 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개혁에 저항하는 대학은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하여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의 질 개선과 고급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루어내야 한다.

 

더불어 1~2조의 교육재정을 폴리테크닉에 추가로 투입하여 현장의 근로자들이 고급기술을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이 때 어느 정도 선에서 기업과 근로자와 대학에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는 추가로 연구해야 할 과제이고 말이다.

 

이 두 가지 교육개혁에 2~4조원을 투입하여 폴리테크닉에서 큰 성과가 나타나면 이를 4년제 대학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현재의 4년제 대학도 폴리테크닉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대학에는 추가로 지원해 주고 유니버시티로 남고자 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원은 하되 그 지원 기준은 핀란드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대학교육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다.권영길 후보는  GDP의 1.5%(13조 내외)를 추가로 대학에 투입하여 대학을 평준화하겠다고 공약했다.이 정도 액수는 전체 대학재정의 80%수준인데 대학평준화공약이 대학교육개혁과 상관없이 진행된다면 황당한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개혁의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핀란드의 폴리테크닉과 대학은 아니지만 역시 성공적인 싱가포르 폴리테크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학과 교수들에 대한 평가이다.

싱가포르는 권위있는 해외교수들이 들어와서 폴리테크닉과 교수들을 평가한다. 핀란드도 대학교수에 대한 평가만큼은 철저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대학재정의 100%에 가까운 재원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대학을 보다더 전문적으로 감독하고 평가할 기관이 필수적으로 따라 붙어야 한다. 물론 그 기관은 교육부가 아니라 제3의 민관합동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주 중요한 문제는 대학 공교육비 중 공공부담 비율을 현재의 23%에서 100%로 근접시킬 때 어떻게 대학들을 선별 지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집권 첫 해부터 13조~20조를 투입하여 대학재정의 80~100%를 국고로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별 차등 지원은 필요불가결한 문제인데 여기에 대학과 교수들에 대한 평가가 빠질 수 없다.

 

물론 이 때 대학평가는 성적 서열화평가가 아니라 어느 정도 21세기형 대학으로 스스로 구조조정을 했느냐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대학교육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았을 때 비로소 조기자가 말하는 “어떻게(how)"문제가 충실히 풀려서 제시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도의 권후보 공약수준으로 문후보 진영에 “힌트를 준다는 둥”,“깨닫게 될 것이라는 둥”하는 것은 자아도취형 오만일 뿐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03 15:47ⓒ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국현 #조진한 #북유럽모델 #대학교육개혁 #폴리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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