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낙동강 하구 을숙도 공원에서 경부운하길 자전거 탐사 출발에 앞서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상규
선거 D-47일. 아직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 경부운하는 핵심 구간인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 지점을 어떻게 공사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경부운하라는 이름도 개명해야 한다는 말이 이명박 후보측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선후보 공약검증 토론회에서 경부운하를 놓고 한나라당측 인사들과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그러면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다른 공약으로 대체됐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경부운하는 깃발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재오 최고위원이 자전거를 타고 둘러 볼 호남운하와 금강운하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우선 호남운하의 경우 "영산강을 준설하기만 하면 바로 운하가 된다"는 게 이 후보 측 주장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이 후보가 한 토론회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경부운하를 만드는 것은 청계천 공사보다 쉬운 일이다."5㎞의 청계천을 복원하는 일과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553㎞의 운하를 만드는 일, 실제로 이 후보의 말처럼 될까요?
어찌됐든, 이 후보측은 3개의 갑문을 설치해 83㎞의 호남 운하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공사기간은 2년 반~3년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9700억원(최근에는 1조3000억원으로 수정함)을 투여하면 광주에서 목포까지 수심 6m, 폭 200m의 뱃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물길을 2500톤급의 배가 운행하면 광주가 내륙도시가 아니라 항구도시가 되고, 관광자원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호남운하-금강운하의 실체는?하지만 '경부운하 공사가 청계천 공사보다 쉽다'고 주장하듯 그 근거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공사비 내역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도 못하고 있고, 무슨 근거로 공사기간을 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업 시행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 분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남운하는 지난 2000년 전라남도에서 이미 검토했던 사업입니다. 하지만 당시 영산강 뱃길복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 결과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금강운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후보측은 금강하구에서 대전 갑천 합류점까지(126km), 그리고 미호천에서 오송산업단지까지(14km) 2개 노선을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심과 수로 폭은 호남운하와 같게 하고 4개의 보와 갑문을 세워 2500톤급 배가 떠다닐 수 있는 운하를 만들겠다는 게 금강운하 공약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빈약합니다. 제대로 된 공사비 내역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운하와 금강운하를 2박3일에 걸쳐 홍보하겠다는 이 최고위원 일행을 동행취재하겠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이 그토록 냉담했던 것입니다.
사실 지금 고속버스 짐칸에 자전거 두 개를 싣고 목포로 향하는 저와 박상규 기자 스스로도 이번 동행 취재가 일방적인 홍보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여동안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집중취재해 온 '노고'가 이번 동행 취재로 인해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내일부터 진행되는 동행 취재 기사를 네티즌 여러분들이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저희가 '홍보 취재'로 기울어지면 채찍을 때려주시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준다면 격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고속버스의 속도는 시속 110㎞입니다. 내일부터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시속 10~20㎞로 우리가 온 길을 거슬러 오를 겁니다. 운하를 통행하는 배의 속도와 비슷합니다. 트럭보다는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실을 수 있겠지만, 운수업계에선 '시간=돈'입니다.
이토록 느린 속도로 '물류 혁명'을 이루겠다는 허황된 공약은 언제쯤 사라질까요?
1차 투어는 '치욕'의 연속...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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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지난 1차 동행 취재 첫날부터 '치욕'의 연속이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이 최고위원 일행이 출발했지만, 우리는 자동차 바퀴에 바람 넣는 기구로 힘겹게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다가 20여분 이상을 소비해 버렸다.
이후 뒤쫓아 갔으나, 낙동강 하구둑에서 이 최고위원 일행과 반대방향으로 4km를 달리는 바람에 '미아' 신세가 돼버렸다. 계속 이어진 펑크와 브레이크 고장…. 그리고, 우비 하나 마련치 못해 비를 홀딱 맞으면서 이 최고위원 일행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지루한 체력전을 펼쳐야 했다.
어디 이뿐인가. 이 최고위원 일행이 '담합'해 자신의 위치를 숨기는 바람에 문경새재를 넘기 전에 20여km를 더 달려버렸다. 이래저래 체력 소모가 많았다. 게다가 '자전거 경험' 미숙으로 사타구니 보호대를 제대로 장만하지 못해 힘겨운 라이딩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은 준비 장비도 늘었고 취재 환경도 좋아졌다. 김병기 기자는 2만원짜리 속도계를 달았다. 운하가 건설될 경우 배가 통행하는 속도와 자전거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그리고, 김병기 기자와 박상규 기자는 차가워진 바람으로부터 목을 보호할 수 있는 8천원짜리 머풀러를 샀다.
결정적으로 좋아진 환경은 이 최고위원 일행의 태도다. 지난 1차 투어 때는 처음부터 우리 일행을 반기지 않았다.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최고위원이 직접 우리 일행의 동행 취재를 요청했다. 홍보를 제대로 했다는 뜻일까? 이쯤 되니 우리 스스로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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