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다고 말하는 당신부터 예의를 지켜주세요!

등록 2007.10.31 11:03수정 2007.10.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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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에 다니는 나는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탄다. 중·고등학생의 등교시간이라 버스를 타는 건 정말 전쟁이다. 항상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겨우겨우 버스에 오르면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탔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아침마다 항상 학생들과 몸싸움하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질서 없이 버스를 타는 모습보다 더 보기 힘든 건 학생들과 함께 버스에 탑승하는 몇몇 어른들의 행동이다.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아름답고 따뜻한 정이 오가는 모습을 생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늘 아침, 평소처럼 버스를 타는데 60세 정도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함께 버스에 올랐다. 그 분은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을 비집고 한 학생이 앉아 있는 좌석 옆에 섰고 그 학생은 피곤했는지 이어폰을 귀에 꼽은 채 졸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려는 듯 기침도 하고 학생을 살짝 밀쳐보기도 했다.

 

그 학생을 주시하더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기분 나빠하며 다시 그 많은 사람을 비집고 다른 학생이 앉아 있는 자리 옆으로 갔다. 공부를 하고 있던 그 학생은 할아버지가 옆에 서 있는 것을 알았지만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공부를 해야 하기도 했고 자리를 양보해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은 노인이 아니기에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그렇게 5분 정도 지난 후, 그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은 학생에게 한마디를 내던지셨다.

 

"얘, 넌 부모도 없니? 내가 이렇게 옆에 서 있는데 자리를 양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니? 요즘 젊은 애들이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

 

그 큰 목소리에 버스 안의 많은 사람은 두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 앉아 있던 학생은 책을 들여다보다 놀랐는지 벌게진 얼굴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목적지인 학교 정거장도 아닌 곳에서 재빨리 내려버렸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 양 양보한 학생의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화가 났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그 할아버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소곤거렸다.

 

요즘 자리 양보는 너무 형식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자리를 양보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부터 보는 젊은이들과 양보하기만을 바라는 어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하나의 예절이 부담스런 의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리 양보는 노약자나 임산부 또는 몸이 불편해 서 있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예절이다. 위의 경우처럼 강요하는 어른들로 인해 정작 양보 받아야 할 사람들이 양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과연 자리양보의 기준은 뭘까?

2007.10.31 11:03ⓒ 2007 OhmyNews
#자리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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