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외로움을 느끼며
정도길
길가에 아름답게 피었던 코스모스의 흔적은 없어진 지 오래 된 듯하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가을을 배신이라도 하듯 씨앗만 매단 채 바람에 흔들거린다. 오랜만에 찾아간 친구를 온 동네 수소문하였지만, 찾을 길 없는 것과 마찬가지 느낌이다. 다시, 돌아서는 발길의 무거움도 꼭 이런 감정일까?
두 그루의 늙고 늙은 소나무가 형제처럼, 친구처럼, 다정하게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 속사정은 나만이 알 것만 같다. 어젯밤, 별일 아닌 일을 가지고 싸운 부부처럼,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으련만, 그렇게 묵묵히 혼자인 듯, 두 나무가 둘로 있지만 혼자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역시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의 일일까?
멋진 공연이나 예술작품 전시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 갈 때의 느낌은 어떠할까? 충만한 마음에 그 기쁨이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여흥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하는 것도 의문이다. 여행으로 인하여 느끼게 해 주는 만족감과 기쁨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아쉬운 마음으로 조용한 산사의 느낌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자신을 찾아 떠나는 또다른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온다.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면서 각오를 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