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연출사진. 멋있는 사진이긴 한데 뭔가 빠진 것처럼 심심하다. 딸도 동의를 했지만 이런 사진은 몇장 넣고 일상사진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덕은
그런데 왜 아직도 망설여지는 것일까? ‘그래도 백일기념인데 다른 사람들처럼 스튜디오에서 번듯하게 찍은 사진 몇 장은 들어 있어야지.’ 그렇다. 남들 앨범은 가족이 찍었든 전문적인 사진사가 찍었든 꼭 들어가는 연출 사진들이 들어 있어 기를 죽인다.
그러나 그런 사진들은 마치 어린 시절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이름만 다르고 이하동문'하며 주시던 상장 같은 기분이 든다. 상장은 상장인데 왠지 인쇄물 같은 기분, 기념앨범이 맞긴 한데 구멍 뚫린 그림판에 얼굴을 내밀고 찍은 느낌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런 사진을 철저히 외면할 수도 없으니 이런 때는 '셀프 스튜디오'를 이용해 본다. 자기 카메라를 가져가든 그곳 카메라를 빌리든 대관료를 내면 두어 시간 주인의 조력을 받으며 찍을 수 있다.
이때는 어차피 '남들'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만 다르고 이하동상(以下同像)'인 사진을 얻으려는 것이므로 남달라 보이느라 골치썩이지 말고 다른 사람의 앨범 사진을 보고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속편하다.
엄마가 찍은 사진 반, 외할아버지가 찍은 사진 반외할아버지표 앨범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끼고 살며 무수히 찍어대고 잘된 사진을 추려서 나열해 보지만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커다랗게 확대된 사진이 심심해서 딸의 홈피에 들어가서 몇마디 따서 붙이지만 사진 따로 글 따로 논다.
아기와 엄마 간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찐한 사진은 사진의 기본 요건에 충실한 사진이 아니라, 엄마가 일상에 찍어 두었던 초점이 안 맞은 사진에서 살 냄새와 사랑이 듬뿍 묻어나온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된다.
내가 만들어 준다고 하였지만, 앨범 사진의 반은 엄마에게서 나오고, '비싸서 스튜디오에서 못 찍는' 백일 앨범은 엄마의 고단수에 넘어간 외할아버지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만든다. 어쨌거나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은 앨범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