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장 부인 '편입 청탁' 2억 수수설, '의혹 투성이'

<한겨레> 보도에 정 총장 "빌린 돈" 해명했지만... 제보 내용 매우 구체적

등록 2007.10.29 17:37수정 2007.10.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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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64) 연세대 총장의 부인 최윤희(62)씨가 편입학 청탁 명목으로 한 학부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김아무개(여·50·서울 광장동)씨는 연세대가 기부금입학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난 뒤, 지난해 11월 같은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는 최아무개(여·77)씨를 통해 정 총장의 부인을 만나 2억원을 건넸다. 소위 '중개' 역할을 한 최아무개씨는 12년 전 서울 부암동의 집을 기증하며 연세대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실제 김씨의 딸은 올해 초 이 대학 치의학과 편입학시험에 지원했으나 1차 필기에서 떨어졌다. 이에 김씨는 정 총장 부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추궁했고 지난 1월 말에 2억원 전액을 돌려받았다.

이에 대해 정 총장 부인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받거나 돌려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또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사람이 최아무개씨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편입학과 관련된 돈이어서 바로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돈을 거래한 사실 여부를 두고, 정 총장 부부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 총장과 그의 부인 최윤희씨,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사건의 재구성 = 정 총장 부인에게 청탁성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김아무개씨의 <한겨레>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본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김씨는 그의 딸이 미국의 유명 사립대 인문계열 출신이기 때문에 이과계열인 치의학과에 실력으로 편입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11월 연세대와 관계가 있는 아래층 최아무개씨에게 "딸이 치의학과에 기부금 입학을 할 수 있냐"고 문의했고, 최씨로부터 "정 총장의 사모님에게 말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며칠 뒤, 김씨는 정 총장 부인이 찾아왔다는 말을 전해듣고 최아무개씨의 집에서 직접 2억원을 건넸다.


흥미로운 점은 김씨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ㅇ은행 ㄱ지점에서 4000만원이 든 통장 5개와 도장, 비밀번호를 건넸다"면서 "정 총장 부인은 '얘기를 다 들었다, 한번 알아보겠다'며 돈을 받아갔다"고 설명했다는 게 <한겨레>의 보도였다. 

이 과정에서 최아무개씨는 김씨에게 "기부금 입학에도 '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얼마를 준비해야 하냐'는 김씨의 물음에는 "알아서 주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씨는 딸이 지난 1월 13일 치른 필기시험(25일 발표)에서 탈락하자 정 총장 부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 총장 부인은 '돈을 다 써버렸다'며 반환을 미뤘고 김씨는 "정 총장을 직접 찾아가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정 총장 부인은 비서의 이름을 빌려 김씨 통장으로 2억원을 입금시켰다. 

앞서 정 총장 부인은 김씨에게 "몇몇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했는데 워낙 우수한 인재가 많아 최종합격자의 3배수를 선발한 1차에서도 안됐다"며 김씨 딸의 불합격 사실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엇갈리는 진술 = 이 사건을 둘러싸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과연 '진실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정 총장 부인 최윤희씨는 돈을 거래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으나, 정 총장은 YTN·CBS 등과의 통화에서 "큰 아들의 벤처사업 운영이 어려워져 집사람이 최아무개씨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입학 청탁 명목임을 알고 되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또 정 총장은 "김씨가 준 돈인 줄 몰랐다. 아내가 다시 (김씨에게) 전화를 건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비단 정 총장 부부의 진술만이 아니다. 정 총장 부인의 진술과 김아무개씨로부터 '연세대와 다리를 놔 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아무개씨의 진술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 총장의 부인-최아무개씨의 관계에 대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 총장 부인은 "광장동 ㅇ아파트의 최아무개씨를 1년에 한두 차례 찾아 뵌다"면서 "학교를 많이 도와주신 분이라 명절에 찾아뵙고 선물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아무개씨는 "정 총장 부인을 모른다"면서 "현 총장의 부인이 최씨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 그는 "정 총장 부인이 찾아온 적은 한번도 없다"며 "그와 개교기념일에 인사나 했을 정도지, 친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정 총장 부인은 최아무개씨와 친분이 있음을 언급한 반면, 최아무개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한겨레>를 통해 이번 사건을 폭로한 김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자 연세대측이 입단속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전혀 없다. 해당 신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최아무개씨도 "내 집에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 나는 총장 부인을 소개할 사람도 아니다"며 발뺌하고 있다.

▲남는 의혹 = 하지만 김씨가 <한겨레>에 전한 사건의 전말은 매우 구체적이다.

김씨는 아래층 이웃인 최아무개씨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최아무개씨가 '총장 사모님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는 일을 빨리빨리 진행시켰다", "내가 '현금으로 드려야 되지 않겠냐'고 묻자 '통장을 여러 개로 만들어 오고 도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며 사건의 진행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에 따르면 한 금융기관을 통해 하루 5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거래되면, 금융기관은 그에 대한 실명을 확인해야 하고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사실에 비쳐보면 '정 총장 부인이 돈을 주고받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통장과 도장 및 비밀번호 등을 통째로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 총장 부인이 비서 명의로 돈을 갚았다'는 의혹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또 김씨는 정 총장의 부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과정에 대해서도 "2억원을 줄 때 건네준 통장 계좌로 하루는 4000만원씩 세 번, 하루는 두 번, 이렇게 돈이 들어온 것 같다", "돈을 보내온 은행과 지점이 달랐다", "나중에 정 총장 부인의 비서가 도장을 돌려줬다"는 등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아울러 돈을 주고 받은 시점이 편입학 전형 기간과 맞물린다는 점도 '청탁'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 해 1월 2일까지 2007 상반기 편입학 원서접수를 실시했고, 지난 1월 13일 필기시험을 치른 뒤 같은 달 25일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씨가 정 총장의 부인에게 돈을 건넨 시점은 지난해 11월이었고, 돈을 돌려받은 것은 지난 1월 말이었다.

정 총장측이 만약 시험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돈을 갚았다면 애초 '청탁 의혹'은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빌린 돈을 되갚았다"는 정 총장의 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난해 11월에 돈을 빌렸다가 2개월이나 지난 1월 말에서야 '청탁성' 돈임을 알고 되돌려준 경위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돈을 빌리는 방식도 문제였다. 유명 사립대의 총장이 아들의 사업 문제로 금융권 대출 등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학교 기부자'(정 총장의 주장에 따라 '최아무개씨'를 지칭)로부터 2억원이라는 거액을 '사적으로' 빌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한편, 정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이번 논란에 대해 연세대 구성원들에게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5시 30분 현재까지 입장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측은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수사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덕수)는 "김씨가 건넨 돈의 성격이 '청탁성'이라면 업무상 배임수재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학부모, 이를 이용해 돈을 받은 정 총장 부인 모두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아이디 'bum34'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총장 부부와 함께, 돈을 건네 준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창영 총장 "연대 입학, 누구도 영향 끼칠 수 없어"
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29일 자신의 부인이 한 학부모로부터 '편입학 청탁'을 받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우리 학교는 제도적으로 어느 누구도 입학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아내(최윤희씨)가 사업이 부도난 자식을 돕기 위해 지인(최아무개씨)으로부터 자금을 빌렸으나 그 후 (돈의 출처가) 편입학 지원자의 학부모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고 반환했다"고 덧붙였다. 정 총장은 이날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연세가족 여러분께'라는 제하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또 그는 교수·직원 등 대학 구성원에게 같은 내용의 이메일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 총장 부부는 검찰 조사와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두고 변호사와 함께 사실관계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정창영 총장의 게시글 내용이다.

연세가족 여러분께

전적으로 제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연세를 사랑하는 교수, 직원, 학생, 학부모 그리고 동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학교의 명예에 손상을 입힌 것을 깊이 사죄드립니다.

우리 학교는 제도적으로 어느 누구도 입학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아내가 사업이 부도난 못난 자식을 돕기 위해 지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렸으나 그 후 편입학 지원자의 학부모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고 반환하였습니다.

연세를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으나 제가 불민한 탓에 집안 일로 존경하는 연세가족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거듭 죄송한 말씀을 올립니다.

2007년 10월 29일 총장 정창영 드림
#연세대 #정창영 #편입학 #배임수재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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