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전 마당에서 바라본 앞 산 봉우리.
안병기
정신태자는 아우인 효명태자와 함께 이 오대산에 들어와 초가를 짓고 수도했다. 아우인 효명태자(성덕왕, 서기 702~737년까지 재위)는 산에서 내려가고, 정신태자만이 수행을 계속했다. 갖가지 이적을 보일 만큼 경지에 이른 그는 임종을 앞두고 유언한다. "동대에 관음방을 두고 암자 이름을 원통사(圓通社)라 칭하라"고.
암자에는 벌써 불이 켜졌다. 불전도, 그 오른쪽에 자리한 요사채에도. 불전을 들여다보려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가 그냥 닫고 만다. 지금은 그냥 어둠 속에 있고 싶을 뿐이다.
불전 앞마당에 서서 앞 산 봉우리를 바라본다. 초승달이 희미하게 떠올라 있다. 만월일 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떨까. 정신 태자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만월이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월은 초승달이 꾸는 꿈이다. 만월은 관음보살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둥글고 둥글어서 어느 한 곳도 모난 곳 없는 원만구족한 세계. 오라, 서방 세계를 비추던 달빛이여. 내 마음의 각진 자리를 샅샅이 비추라.
비단장수의 길 대신 구도의 길을 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