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씨가 분신한 자리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원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이들은 막연히 촛불만을 응시하며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만송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산하 조합원 정해진(46)씨가 27일 오후 2시 집회 도중 시너를 끼얹고 분실을 시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밤 9시 15분경 사망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건설노조와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속속들이 시신이 안치된 한강성심병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인천건설노조 조합원들과 사회단체 소속 200여 명은 정해진 조합원이 사망한 영진전업사 앞에서 촛불 농성을 진행하며 경찰과 대치한 채 길에서 노숙 투쟁을 전개했다.
예고된 죽은... 대화 없는 노사27일 분신한 정씨는 15년 전 영진전업에서 근무를 하다 미국으로 이민, 최근 한국으로 귀국해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 따르면 정씨는 15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 노동조건에 문제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7일, 파업 131일째를 맞은 건설노조 산하 인천 전기분과 조합원들이 인천 부평구 영진전업 앞에서 벌인 인천시전기공사협회와 회사에 대한 규탄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중 영진전업에 들어가려던 건설노조 조합원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상황에서 정씨는 미리 준비해온 시너를 끼얹고 그 자리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경찰과의 몸싸움으로 인해 대다수 조합원들은 정씨가 몸에 불을 붙인 후에야 정씨를 발견했다.
특히 이날 정씨의 분신 현장을 목견한 건설노조 한 조합원이 발언에 나서 "내가 정씨를 지켜본 지 15년 된 사이로, 오늘 정씨가 산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며 "정씨는 죽어가면서도 '사측 사장을 구속하라', '지부장님 꼭 이기세요'라고 (노조의) 승리를 당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 조합원은 "우리는 한전, 노동부, 경찰과 용역깡패와 싸워왔고, 우리의 소중한 동지를 잃은 만큼 끝까지 투쟁해 승리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25일까지 노·사간의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라는 노동부의 요구에도 사측이 시간 끌기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한 노조가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해 개최한 집회다.
또 이달 초 영진전업 앞에서 120일 텐트 농성을 진행했던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사측에 의해 새벽에 강제 철거를 당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연 집회였다.
건설노조 산하 인천 전기분과는 지난해 민주노총에 가입해 올 6월 19일부터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44시간 노동시간 보장과 토요일 오전 근무를 토요일 격주 근무로 변경해 달라며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 왔다.
건설노조는 "영진전업을 비롯한 인천 소재 27개 고압전기 개보수 업체들은 건설노조와의 산별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일부 업체가 민주노총에서 조합원 탈퇴(?)를 종용, 한국노총에 가입시키는 등으로 교섭을 성실하게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올 초까지 27곳 사업장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소속된 사업장은 16곳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5곳밖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으며, 한국노총으로 전환한 노조는 13곳으로 늘어났다.
인천건설지부 교육선전부장을 맡고 있는 이병권씨는 "사측의 계속되는 회유와 탈퇴 강요 등으로 5곳으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영진전업은 전기분과 김아무개 조합원 등이 지난 9월 21일 회사 출입문을 봉쇄해 업무를 방해했다며 전기분과 조합원 등 10여 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또 최근 김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회사 정문을 막고 시위를 벌인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을 증거 자료로 경찰에 제출해 노조원들의 반발을 사왔다.
이외에도 최근 건설노조 전기분가 조합원들은 이달 16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천지역 일부 전기공사업체들이 근로대장 등을 허위로 작성해 탈세하고, 국민연금 등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위법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들은 수사를 요청해 노사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