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덴 의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보도한 기사.
포스티메에스(Postimees)
에스토니아를 자극한 것은 이뿐이 아니었다. 린덴과 같은 시기에 에스토니아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인 두두 디엥 유엔 특별위원(인종차별주의 및 외국인 혐오실태 조사 담당)은 조사 결과 에스토니아처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사회는 다언어사회를 지향해야 하므로, 러시아어를 공식 언어 중 하나로 지정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린덴의 발언으로 불길이 일어난 에스토니아 소수민족정책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유럽평의회 의회 의장의 발언과 유엔의 특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는 에스토니아가 소수민족 통합과 보호 정책을 등한시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줬고, 이에 에스토니아인들은 분개했다.
토마스 헨드릭 일베스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한 지방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디엥의 발언은 수십만 명의 터키인이 살고 있는 독일에서 터키어를 공식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고 반박했다.
린덴 뒤엔 러시아가 있다?... 에스토니아 정치인들의 의혹 제기로 논란 확산이번 논란은 린덴이 유럽평의회 의회 의장으로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깊은 연관을 맺은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에스토니아를 '비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린덴은 이번 방문 이전부터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에스토니아 정치인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린덴은 탈린의 청동군인동상 철거사건 당시,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룬 성과를 에스토니아는 잘 모르고 있다며 러시아를 옹호했다. 동상 철거 논란 당시 에스토니아에선 이를 린덴의 개인 의견이려니 여기고 심각하게 문제를 삼지는 않았지만, 네덜란드 사람인 린덴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품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논란이 벌어지자, 에스토니아 의회에서 대 유럽연합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조국공화당(IRL) 소속의 정치인 마르코 미흐켈손은 10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린덴이 러시아와 재정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미흐켈손은 그동안 린덴과 러시아의 금전적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 그 결과를 개인 블로그를 통해 밝혀왔다.
미흐켈손이 이날 공개한 기록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인 블라디미르 주 소빈스키 지역에서 진행되는 공단 건설 사업에 린덴이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후 이사직에 오른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린덴은 자신이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주장들을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강하게 부인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빈스키 지역 공단 착공 기념식에 참여한 린덴의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의혹은 가중됐다.
유럽평의회 의회 결의안 1554조에 따르면, 의회 위원으로 지명되면 업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자신이 조사, 연구하는 국가와 맺고 있는 금전적, 경제적, 직업적, 개인적 관계를 전부 공개하도록 돼 있으며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미흐켈손이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흐켈손은 린덴이 러시아와 상당한 금액의 경제적 연계를 맺었음에도, 이를 공개하기는커녕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소수민족 발언 역시 린덴 본인이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 관련 문제라는 점에서 린덴이 155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기자회견을 준비할 때 린덴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한 적도 있으며, 그때 린덴이 그런 정보를 얻게 된 출처를 밝히라고 자신에게 요구하는 한편 '거짓정보' 유출을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이 미흐켈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