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시기업 엔터프라이즈.이 회사는 워싱턴DC에서 유일하게 플렉스(FFV)를 렌트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차량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환경운동가들은 이 기업을 대표적인 그린워시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장윤선
대신 엔터프라이즈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E85 에탄올주유소'를 찾아갔다. 이 곳은 DC의 유일한 에탄올 주유시설이었다. '바이오에탄올! 청정연료 확산에 공헌한다!'는 근사한 구호를 담은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였지만, 60분째 에탄올을 주유하는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폭스바겐을 운전하던 40대 여성은 "워싱턴DC에 널린 여러 주유소를 두고 굳이 여기까지 와서올에탄올을 주유할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다"며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 농사와 생산·운송과정 전체를 합치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여성은 "가까운 미래에 E85 주유시설이 확산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브라질은 바이오에탄올 가격이 가솔린에 비해 현격히 쌌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갤런당 E85 에탄올 2달러39센트, 레귤러 가솔린 2달러85센트, 프라임 가솔린 3달러3센트. 비슷한 값을 치르면서 굳이 에탄올 전용차량을 새로 구매해 지구환경에 기여할 사람들이 많다는 그 여성의 말이 '워싱턴DC의 현실'로 다가왔다.
세계 CO2 배출량 1위 국가 미국의 바이오정책2007년 현대자동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빈곤선 이하 인구 12%) 1000명당 차량보유대수가 797.1대다. 자동차 1대당 인구수 3.08명인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차량의 과포화' 상태다.
이 때문일까.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위 국가다. 인구의 80%나 되는 차가 날마다 뿜어대는 배기가스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지로 미국 20여 개 주에서는 이미 5~10%의 에탄올을 가솔린에 섞어 판매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민사회는 유행처럼 번지는 '에탄올 사용 의무화'가 진짜 지구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고 있다. '그린워시' 아니냐는 비판도 강하다. 환경적으로 책임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포장할 뿐 실제로는 화이트워시(겉발림)에 불과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사탕수수로 세계 1위 바이오에탄올 생산국가가 된 브라질에 이어 미국도 발빠르게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2위 바이오에탄올 생산국가다. 그것도 곡물인 옥수수를 통해서 말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연두교서에서 "미국은 석유에 중독됐다"며 "세계의 불안정한 지역에서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실정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 곡물 바이오에탄올산업을 적극 펼 것"이라고 밝혔다.
옥수수 같은 곡물 이외에도 풀이나 나뭇가지 같은 바이오매스를 통한 에탄올 생산량을 늘려 2025년까지 미국 석유 수입 분량의 75%를 대체하겠다고 했다. 또한 2017년까지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350억 갤런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10년간 현재의 5배로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발표 이후, 세계 빅3 자동차업체와 곡물 다국적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GM과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같은 자동차회사들은 2010년까지 E85(에탄올 85%)로 달릴 수 있는 바이오연료 자동차 생산을 연간 200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유일의 섬유소에탄올 공장을 갖고 있는 로젠 효소회사에 2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쉘 석유사도 코덱시스(Codexis)와 제휴해 차세대 바이오연료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듀퐁은 곡물에탄올 업체인 브로인과 공동으로 섬유소에탄올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빌 게이츠도 에탄올산업에 8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과 미국에 이어 중국·EU·아르헨티나·일본·멕시코 등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석유품질관리원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실증연구'가 끝나면 바이오에탄올이 도입될 전망이다. 가히 '바이오에탄올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