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화해위는 6월 12일 오송회 사건이 독재정권의 불법연행과 고문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78년 여름 조성용(뒷줄 가운데)씨가 군산제일고 교사로 재직할 당시 이광웅(뒷줄 오른쪽) 박정석(앉은 사람)교사 등과 함께 고창 선운사를 방문했다.
1982년 전현직교사들 9명이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이를 불고지하였다는 이유로 실형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4·19와 광주사태의 정신을 잊지말자, 교사 자신들의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현실비판의식을 높이자, 학생들에게 뼈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현실비판 의식을 높이자"라고 토론하면서 오송회라는 이적단체를 구성하였다는 것이다. 5명이 소나무 아래 모였다고 하여 '오송회(五松會)' 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건이다.
과연 4·19와 5·18을 기리고 학생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인가. 적어도 당시 경찰, 검찰, 1심, 항소심, 대법원은 모두 '그렇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최고 7년까지의 징역을 살았고, 그 후 오래도록 복직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수대의사당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이라고 서명하고, 마지막날 서해갑문을 방문해서는 '인민은 위대하다고 서명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북한에서 '인민'을 즐겨 쓰면서 이 말은 남한에서는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이 되었고, 어느덧 '인민' 하면 '인민재판'이나 '빨갱이'를 떠올리게 됐다. 그런데 '인민주'이라니…. 또 노 대통령은 만찬석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장수를 빌었다.
둘째날에는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북한의 설명에 따르면, 아리랑 공연은 60년 외세의 압제를 넘어 강성대국으로 가는 북한의 역사를 그린 서사시라고 한다.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공연을 보고 기립박수까지 쳤고, 재벌 총수들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고 한다.
오송회와 강정구 교수,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른바 '오송회 사건' 선생님들의 언행과 노대통령의 언행 중 어느 것이 더 '북한 체제'를 이롭게 하는 것인가. 당연히 노 대통령의 언행이다.
기존 관행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를 네 번이나 범했고, 재벌총수들은 공범 내지 불고지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나는 며칠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 아리랑 공연 관람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검찰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같은 행위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의 본질이다. 형사법의 대원칙은 '행위책임'이지 '행위자책임'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은 동일장소에서 동일한 행위를 했어도 행위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이상한 법이다.
내가 보기엔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했다는 강정구 교수 말보다, 김정일의 건강과 장수를 빌고 아리랑 공연에 기립박수를 친 노무현 대통령의 행위가 북한 체제를 '직접적으로 이롭게 하는' 행위임에도, 강정구 교수만이 처벌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 사람의 생각은 누가 심사하는가. 경찰과 검찰의 공안부서가 심사하고, 법원이 심사한다. 이들이 '원래 북한체제를 이롭게 하는 자'라고 낙인찍은 이상 오송회 선생님이나 강정구 교수는 북한과 관련한 어떤 말을 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위험한 말을 해도 결코 처벌받지 않는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비정상의 극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