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베스>의 한 장면
목화레퍼토리컴퍼니
그래서 저, 지난 19일(금) <멕베스>를 보러 남산드라마센터로 향하며 기대가 많았답니다. 오태석이 재구성한 <멕베스>는 어떤 모습일까? 극단 목화는 셰익스피어의 이 고전에서 어떤 새로움을 찾아낼까….
"그래서 어땠냐"고 묻는다면, 저는 ‘절반의 만족’이라고 답하겠어요. 목화의 <멕베스>는 우리가 애초 생각하는 ‘비극’이란 느낌과 달리,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게 만듭니다. ‘즐거운 멕베스’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이건 분명 신선한 발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아쉬움 또한 남겼답니다. 지난 1월 초연 후 두 번째 공연이라서 그럴까요? 아직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목화의 <멕베스>, 원작의 줄거리를 크게 변형하지는 않았어요. 스코틀랜드의 용감한 장군 멕베스. 그는 벤쿠오와 개선하던 도중 자신이 왕이 될 거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욕망에 사로잡혀요. 부인과 공모해 자신의 성을 방문한 국왕 덩컨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죄책감을 누르지 못하죠. 마녀의 예언을 듣게 되고 안심하지만 운명은 마지막에 멕베스를 저버리고… 다 아시는 내용이에요, 그렇죠?
그런데 이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오태석은 해학과 유머로 가득 채워 경쾌하게 바꿔버립니다. 공연은 멕베스를 ‘타락한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평범하고 나약한 존재로 재탄생시키거든요. 멕베스가 국왕 덩컨을 살해한 후의 부인과 주고받는 대사를 볼까요.
멕베스 : …외쳐대고 있었어. “너는 더 이상 잠 못 잔다.” “글래미스 코오더 멕베스는 더 이상 잠 못 잔다. 못 잔다.”
부인 : …이러다 우리가 영영 못 잔다. 얼른 방으로 돌아가 손 씻어요. 저런 단검은 왜 가져왔어요. 가서 호위병 손에 쥐어주고 그놈들 몸에 피칠을 하세요.
멕베스 : 못 가. 무서워. 나 그 꼴 다시 못 봐. 진저리가 나.
부인 : 원 그러구 심약해서야. 왕관은 왜 쓰고 왔어 그래. 흡사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가지 긁는’ 장면 같지 않나요? 관객들은 이런 멕베스에게 위화감을 느낄 수 없겠죠. 마녀의 말 한마디에 끌리고, 부인에게 떠밀리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멕베스가 마치 옆집 아저씨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는 “연극은 구경하러 온 사람과 가까워야 하며, <멕베스> 또한 서울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정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오태석 연출가의 의도입니다. 괜히 무게 잡지 않고 ‘힘을 쫙 뺀’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연출의 의도에 부합하고 있어요(밴쿠오의 아들 플리언스를 놓친 자객이 멕베스에게 보고하는 대사 : “그게- 폐하, 플리언스가 토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