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대동면 한 화훼농가에 난방용으로 연탄이 수북히 쌓여 있다.김해 대동면 한 화훼농가에 난방용으로 연탄이 수북히 쌓여 있다.
윤성효
사람처럼 간사한 동물은 없지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더워서 죽겠다!"고
비명을 질렀댔는데 이젠 "추워서 못 살겠다" 비명을 지르니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부동의 사실인지 요즘엔 시도 때도 없이 기상한다. 통상 새벽 5시면 일어나는데 아내 몸이 불편한 관계로 그 시간보다 이르게 눈을 뜨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절통이 있는 아내가 다리를 주물러달라며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눈을 뜨면 대충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출근은 늘 6시쯤 하는데 그보다 먼저 세면을 하자면 요즘엔 물이 차가워서 그냥은 세수를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주방 가스불에 물을 데워서 씻곤 하는데 그제(15일) 아침엔 공교롭게도 물이 덥혀지기도 전에 그만 가스가 떨어져 물이 냉수도 아니고 온수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어 그 물로 고양이 세수 하듯 대충 씻고 출근을 하긴 했다. 그렇게 출근하면서 어서 거실에 연탄난로를 설치해야겠다는 작심은 더욱 굳은 의지로 다가왔다.
연탄난로에 물을 담은 주전자만 올려두면 뜨거워지기 때문에로 별도로 가스나 석유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거실에 연탄난로를 설치한 이유 거실에 연탄난로를 설치한 건 작년 이맘 때였다. 재작년까지는 기름보일러에 등유를 채워 난방을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덕에 기름보일러는 더 이상 '가까이 할 수 없는 당신'으로 치부되기에 이른 것이다.
먼저 한 장에 300원하는 연탄을 500장 사서 광에 들였다. 다음으론 시장에 가서 연탄난로와 배관통을 샀다. 아들과 함께 철사와 펜치를 이용해 거실에 연탄난로를 설치하니 금세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번개탄에 불을 지펴 쏘시개를 만들고 그 위에 연탄을 올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연탄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그 위에 다시 새 연탄을 올려놓고 불이 옮겨 붙은 다음에 주전자에 물을 담아 올렸다. 그렇게 설치한 연탄난로는 작년 초겨울부터 올 봄까지 몇 개월 동안이나 우리 식구들의 든든하고 뜨거운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한겨울 밤이면 거기에 고구마를 구워 동치미와 함께 먹기도 다반사였는데 그 어떤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았다. 작년 겨울 어느날에는 연탄난로의 잘 달궈진 연탄불에 생선을 직접 석쇠로 구워 먹기도 했다.
하지만 꼭 닫힌 거실문 탓에 거실에 널어두었던 옷에도 그 생선구이 냄새가 모조리 파고드는 바람에 아내는 그 빨래를 모두 다시 해야 하는 촌극까지 빚었댔다.
생활이 풍요하고 윤택해지면서 거개의 사람들은 안락한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그러한 아파트엔 24시간 도시가스가 공급돼 한겨울에도 언제나 뜨거운 물을 펑펑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와 같은 누옥(漏屋)의 서민들로선 여전히 '프로판가스'와 연탄이 난방과 취사의 첨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