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나 시인의 산문이 낭송되고 이승철 시인의 시 '다시 동강에 와서'가 이어졌다. 정선에 역시 처음이라는 손세실리아 시인은 '정선에 간다'라는 시를, 여주 여강변에 둥지를 튼 홍일선 시인은 시 '강물의 안부'로 동강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동강은 홍일선 시인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동강은 죽어 있었으며, 강을 죽인 인간의 물음에 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었다. 시인의 물음에 답을 해야 할 이는 동강이 아닌 우리 인간. 동강을 죽인 인간도 역시 시인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여러분, 동강을 잊어 주십시오!
동강 서시 '동강, 이제 그대의 이름을 다시 부르지 못하리'가 시극으로 공연될 때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쓸쓸하게 죽어가는 동강이 극으로 표현되고 제발 동강을 잊어 달라는 말로 시극은 끝났다.
긴 여행 끝에 정선에 당도하니
강이 죽어간다고 합니다.
아니 이미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강변마을 사람들은 동강이 죽어가는 중에도 제 할일만 묵묵히 합니다.
동강의 다슬기가 버려진 나사처럼 강바닥을 구르는 시간에도 어느 사람은 삼팔광땡을 잡고 어느 사람은 장땡을 잡았다고 좋아합니다.
꺽지의 날쌘 몸놀림도 어름치의 아름다운 날갯짓도 사라진지 오래지만 아우라지를 찾은 사내들은 아우라지 처녀의 서러운 눈물 외면하고 그녀의 치마폭만 살핍니다.
이놈! 하고 큰소리치는 어른이 없으니 강변마을 사람들은 동강이 죽어가는데도 제 할일만 열중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없다는 장사꾼은 하루 커피값으로 5만원을 쓰지만 정작 죽어가는 동강은 모른 체 합니다.
손님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정선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는 다 잊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동강은 이제 여러분의 강이 아닙니다.
강의 죽음을 확인하기 전 동강을 잊어야 합니다.
손님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동강을 잊어 주십시오. - 시극 중에서 강기희 시 '동강에는 쉬리가 없습니다.' 일부
행사가 끝나고 문화예술인들은 '죽어가는 동강을 살리기 위한 문화예술인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어둠이 내린 시간 성명서를 낭독하는 김하돈 시인의 목소리는 분명하고도 단호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천혜의 자연유산인 동강의 생태계가 조속히 복원할 수 있도록 즉각 국무회를 소집할 것 ▲환경부장관과 산자부장관, 강원도지사는 국민의 강인 동강을 죽인 무능행정에 대해 사과하고 동강살리기 대책을 수립할 것 ▲정부당국은 동강을 죽이고 있는 1차적 주범인 도암댐을 당장 해체하고, 생명의 어머니이신 동강을 살리는데 적극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성명서에 동참한 문화예술단체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문학평화포럼, 정선문화연대, 도암댐 해체를 통한 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와 2007 아라리문학축전 참가자 일동이다.
문학축전에 참가한 문화예술인들은 행사 다음 날인 14일 오전 동강 생태기행에 나섰다. 일행은 동강을 거슬러 올라 도암댐까지 갔다. 동강을 죽이고 있는 도암댐은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폐수를 흘려 보냈다.
맑고 고운 가을빛이 무색한 장소인 도암댐에서 문화예술인들은 분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라는 말을 되뇌기도 했다. 어떤 이는 아름답던 송천계곡에 댐을 건설한 정부의 잔혹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도암댐이 해체되어야 할 수 만 가지 이유가 생겨나는 순간에도 도암댐 하류는 물고기들의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도암댐 해체를 통한 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입니다.
2007.10.15 17:5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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