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백중세가 누구예요?

등록 2007.10.13 15:28수정 2007.10.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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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터넷을 하던 중에 “백중세가 누구냐”는 내용의 질문성 댓글을 보게 되었다. 언뜻 보아 인명(人名) 인 것 같았다. 실제로 주변에 이중세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내용을 확인한 다음 박장대소를 금치 못했다. 백중세라는 인물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된 것은 최홍만 선수와 마이티 모 선수의 시합 때문이었다.

 

1. 최홍만
2. 마이티 모
3. 백중세
 
시합 전에 미리 승부를 점치는 투표를 하게 되는데, 이 순서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어린아이가 “최홍만과 마니티 모가 싸우는데 웬 난데없는 백중세라는 선수가 등장하느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것이 해프닝의 발단이었다. 곧 백중세가 누구냐는 질문이 뒤를 이었으며 “마이티 모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백중세라는 강타자를 영입하여 2 대 1로 싸우기로 했다”는 친절한(?) 설명이 뒤를 이었다. 그랬더니 과연 이름에서부터 강력한 포스가 풍긴다느니, 이번에는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느니 등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글을 올린 당사자가 올린 아주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를 본 다음 그만 배꼽을 잡고 웃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어 보았다.

 

사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다)에 입학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떠들고 장난을 치는 바람에 선생님께서 야단을 치다가 “심지어는 분필까지 집어가서 던지기까지 하느냐”며 호통을 치기에 이르렀다. 그때 나는 심지어라는 아이가 누군지 매우 궁금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반에는 그럼 이름을 가진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의문은 비단 나 뿐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의 공통적인 것이기도 했다. 나중에 심지어의 정체를 알게 된 다음 어린 마음에도 무척 쓰게 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포도대장”이다. 이웃에 사는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중학생 형에게 문의한 결과 “포도를 많이 먹는 사람이 바로 포도대장”이라는 답변을 듣고는 그것이 사실인줄로만 알았다. 당시 자주 눈에 띄던 헌병을 보고는 저렇게 깔끔하고 멋있는 군인아저씨들이 왜 엿장수처럼 헌병을 취급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을 무렵이기도 했다. 학교 외에 배울 곳이 없는데다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는 그런 종류의 해프닝이 자주 벌어졌다.

 

그 가운데서 압권은 단연코“대변인”이었다. 신문이나 뉴스에 가끔씩 대변인이라는 사람들이 등장하였는데, 최초에 대변인을 접했을 때 받은 충격은 정말 대단했다. 세상에 과연 대변보는 직업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놈들이 분명했다. 그러나 뉴스에서 보는 대변인들의 차림새와 언변은 엘리트 가운데서도 엘리트들이었다. 직업과 외모가 저렇게 다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의문도 머지않아 풀리게 되었다.

 

이후 약간 먹물이 든 다음에는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소주와 막걸리 등의 주류를 파는 가게와 콜라와 사이다 등의 청량음료를 파는 가게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헬프 미'에서의 헬프가 '나'이며 미가 '구해 달라'는 의미라고 자신 있게 번역하였다가 개망신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기만 하다.

 

별로 많이 배우지 못하였어도 나름대로 노력하여 주변에서 프로작가로 대우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내가 정말 무식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백중세가 누구냐는 어린아이의 질문은 현재의 나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제야 약간 알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는 어떤 오역과 기상천외의 변역을 하게 될지 차마 두렵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13 15:28ⓒ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인터넷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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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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