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프레임과 아내트래킹을 함께 했던 포터 겸 가이드 프레임이다. 27살의 나이로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포카라 인근에 살고 있다.
조태용
포카라를 떠나 안나푸르나 향해 택시가 달린다. 이른 아침 포카라 시내를 가로지른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있다. 길거리엔 종이 쪽지들이 날린다. 뭐냐고 했더니 네팔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면 시험지를 찢어 버린다고 한다. 길거리에 날리는 종이는 바로 시험지였다.
시험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인 모양이다. 나도 한 때 영어공부가 하기 싫어서 영어책을 찢어버린 적이 있다. 책을 찢는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그 아이들도 시험지를 찢는다고 해서 시험성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분풀이라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으니 시험지를 찢으며 즐기는 것도 아는 것보다 나을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포카라에서 베시사하르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 정도가 걸린다. 택시는 중간에 단 한번 택시기사가 화장실에 가기 위에 길거리에 차를 멈춘 적을 빼고는 신나게 달렸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달려오니 멀리 옥색 빛을 띤 강이 흐른다. 프레임에게 물으니 먼센티강이라고 했다. 이 강은 안나푸르나 빙하가 녹아 흘러 내리는 강이라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베시사하르에 도착했다. 베시사하르는 한국의 작은 소읍 같은 곳이었다. 아나푸르나 트래킹의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산 위 사는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거나 산으로 물건을 싫어 나르는 당나귀들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즉, 이 마을은 산과 도시를 연결하는 항구 같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