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같은 날치기... 국회일정 보이콧!"

한나라, '정무위 사태' 관련 긴급의총... "여당 의원들 폭력혐의로 고발"

등록 2007.10.12 16:35수정 2007.10.12 17:41
0
원고료로 응원
 11일 국회 정무위의 BBK 관련 김재정씨 등 증인채택안 상정과정에서 박병석 위원장과 이를 저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국회 정무위의 BBK 관련 김재정씨 등 증인채택안 상정과정에서 박병석 위원장과 이를 저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연합뉴스
11일 국회 정무위의 BBK 관련 김재정씨 등 증인채택안 상정과정에서 박병석 위원장과 이를 저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이 격앙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의원들을 폭력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11일 밤 벌어진 국회 '정무위 사태' 때문이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이명박 대선 후보의 이른바 BBK 의혹과 관련한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를 놓고 대치했으나 밤 11시 10분께 신당이 무력을 동원해 채택안을 기습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진수희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12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에 증인 채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무위 사태에 대해 신당이 사과할 때까지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무위 사태에 관여한 여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에 대해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남부검찰청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폭 기습전처럼 확 훑고 지나가... 의자채 들려 몸이 휘청"

 

이날 오후 2시에 긴급 소집된 한나라당 의총은 규탄대회를 방불케 했다. 의총장 앞뒤 벽면에는 "통합신당 폭력 날치기 시도, 국민앞에 사죄하라" "날치기 주역 박병석은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원내지도부와 의원들 입에선 "무도하고 황당한 일" "폭력에 의한 날치기"라는 감정섞인 표현이 나왔다. 전날밤 벌어진 정무위 사태를 언급하면서는 "신원미상의 괴한 수십명이 동원된 폭력적 통과다" "(여당 측이) 별안간에 들이닥쳐서 순식간에 당했다" "마치 조폭들간 세력 싸움에서 기습전을 하는 것처럼 (여당 측이) 확 훑고 지나갔다" 등 무협소설에서나 봄직한 표현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전체 129명 중 40명 남짓에 불과해 격앙된 당 지도부와는 대조를 이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참으로 무도하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며 "의원 생활 12년간 상임위원장이 자기당 소속 의원들과 신원 미상의 '괴한' 수십명을 동원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상임위를 점거해 증인 채택안을 통과시킨 예는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원내대표는 박병석 정무위원장이 증인·참고인 채택안을 통과시키면서 ▲안건 제목을 말하지 않은 점 ▲안건 재확인 절차가 없던 점 ▲의장석을 이탈한 상태라는 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이의가 있다는데도 무시하고 가결을 선포한 점 ▲일방적으로 참고인 명단을 변경한 점 등을 들어 "이번 의결은 부존재 내지는 당연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원내대표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부존재 확인소도 제기하겠다"며 "추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K 증인 채택 무효" 주장... 신당 의원들 고발하기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무위 증인채택 통과와 관련,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불법적인 날치기로 시도한 증인 채택은 원천무효임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무위 증인채택 통과와 관련,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불법적인 날치기로 시도한 증인 채택은 원천무효임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한상균
한나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무위 증인채택 통과와 관련,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불법적인 날치기로 시도한 증인 채택은 원천무효임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국회 회의장 안에서 일어난 사태로 상대 당 의원들을 폭력 혐의로 고소하는 고발·고소전도 벌어질 조짐이다.

 

안 원내대표는 "(정무위 회의장에서) 무도한 폭력을 휘두른 박병석 위원장과 임종석 의원 등 원내부대표 일행들, 거기에 관여한 여러 괴한들에 대해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남부검찰청에 오늘 고소고발해 처벌받게 하겠다"고 별렀다.

 

또한 정무위원장인 박병석 의원을 "날치기 주역"으로 규정하면서 "박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및 위원장직 사퇴 권고 결의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비상동원 대기령도 발령했다. 안 원내대표는 "어제도 전체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정무위로 와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지만 지나친 것 같아 안했는데 이렇게 당했다"며 "앞으로는 원내대표단 이름으로 집결 요청 문자 메시지가 가면 와달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사무처에서 전날밤 정무위 사태가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을 받아 의총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상황재연 #1] 박계동 "내동댕이치니 몸이 휘청"

 

현장에 있었던 박계동·이계경 의원은 직접 연단에 나와 당시 상황을 재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직접 몸놀림까지 해보이면서 상황 묘사에 열을 올렸다. 마치 서부 활극을 설명하는 듯했다.

 

박 의원은 "(화면을 보면서) 이게 저들(신당)의 사무처 직원인지, 아니면 그날 도입된 용역회사(직원)인지 마치 조폭들 세력 싸움에서 기습전을 하는 것처럼 확 훑고 지나가고, 마치 서부영화에서 방화할 때 솜방망이로 불붙이고 지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하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의원들이 처했던 상황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저항은 어땠냐면, 진수희·김애실 의원이 여성이어서 그랬는지 (그들이) 의원들이 앉아있는 의자채 들어 내동댕이 쳐버리더라"며 "저도 앉아있었는데 그들이 의자를 뒤에서 잡아 빼면서 내동댕이치니까 몸이 휘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제가 일어나서 보니 그들이 저를 럭비선수 태클하듯 허리를 밀고 벽까지 돌진하더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상임위에서 보좌관들도 의원 몸에 손대는 일은 절대 없었다"며 "보좌관들도 하지 않는 행위를 정체를 할 수 없는 이들이 저질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의원은 "마치 조폭들의 난투극과 같은 행태는 국회서 이제껏 못봤다"며 "이재오 의원이 '그것도 못 막았냐'고 하는데 저도 그런 꼴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앞으로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일정 수 이상은 럭비선수를 뽑든지, 무술경관 출신을 뽑든지 해야할 것 같다"며 개탄하다가 "이런 상황이면 여성의원은 안 뽑아야 할 것 같다, 어쩌다 국회가 이렇게 됐는지…"라고 엉뚱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명박후보 국감증인 채택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국회 정무위에서 11일 오후 신당이 채택안 상정을 강행하자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날치기 통과는 무효"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후보 국감증인 채택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국회 정무위에서 11일 오후 신당이 채택안 상정을 강행하자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날치기 통과는 무효"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만
한나라당 이명박후보 국감증인 채택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국회 정무위에서 11일 오후 신당이 채택안 상정을 강행하자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날치기 통과는 무효"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만

 

[상황재연 #2] 이계경 "순식간에 당한 일... 아직도 허리 결려"

 

어젯밤 현장에 있었던 정무위 간사인 이계경 의원은 통증부터 호소했다. 이 의원은 "제가 지금 등이 결리다, (연단으로) 걸어나오는 데 좀 불편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다"며 "저 뿐 아니라 진수희·차명진·김애실 의원은 입원 중이고 다른 정무위원들도 몸싸움을 해서 아마 온 몸이 다 결리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전날 상황에 대해 "별안간에 들이닥쳐서 순식간에 당한 일이었다"며 "20여명 되는 남자들이 들이닥치면서 뒤에서 누르고 의자도 빼고 하니 김애실 의원은 달랑 들릴 뻔하면서 넘어졌고 진수희 의원은 그것을 보호하려다 갈비뼈 쪽이 부딪혔다, 진 의원은 지금도 숨쉬기 불편한 상태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약 50분간의 의총은 규탄 구호로 마무리됐다. 의총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 40여명은 모두 연단에 줄지어서 "정무위에서 신당이 벌인 날치기 광란은 의회 민주주의에 조정을 울린 폭거"라며 "우리 정당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야당 후보 죽이기 음해공작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또 의원들은 "불법적 날치기로 시도한 증인 채택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2007.10.12 16:35ⓒ 2007 OhmyNews
#한나라당 #이명박 #정무위 #증인채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