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을 다룬 드라마 <내 사랑 토람이>
SBS
당시 유석종씨는 특수교육학과 사학을 복수전공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임용고시 1차에 합격한 후 그는 어떤 길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그 때 그가 안내견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안내견학교에서 일할 기회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시각장애인들이 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시각장애인들이 주로 갖게 되는 직업은 안마사나 특수교육 교사 정도.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비슷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른 직업을 갖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안내견학교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안내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 상담과 안내견학교 방문자에게 안내견에 대해 설명하는 것, 그리고 안내견 훈련견의 최종 능력평가이다.
음식에도 동네 개에도 흔들림 없어야 안내견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주로 사용되는 개는 리트리버 종이다. 건강한 어미개에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젖을 뗀 후 일반 가정집에 보내져 퍼피 워킹(Puppy Walking, 훈련견 위탁사육 자원봉사) 과정을 거친다. 사람들과 함께 살며 사회성을 키우고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다.
약 1년 후 안내견학교로 돌아온 강아지들은 건강검진과 기질검사를 통해 선별된다. 이후 약 6개월 동안 본격적으로 안내견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최종평가시험을 거쳐 안내견으로 시각장애인 가정에 보내지는 것이다.
안내견 훈련과 자격평가는 꽤 까다롭다. 안내견은 음식의 유혹도 참아야 하고 지나가는 동네 개에게 반응을 해서도 안된다. 안내견은 자신이 지날 수 있어도 동행한 시각장애인이 지날 수 없는 길이면 돌아가야 한다. 10마리 정도가 훈련을 받는다면, 3~4마리 정도만이 최종 합격하여 안내견이 될 수 있다.
이 마지막 과정에서 훈련견을 평가하는 것이 유석종씨의 몫이다. 최종평가에서는 안내견의 기질과 보행속도·품행 등의 항목 평가에 따라 안내견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안내견을 분양받는 사용자 또한 일정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안내견이 필요한 사람과 2~3차례 면접을 갖고, 이동성이 있는가, 개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가 등을 먼저 평가하게 된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는 기초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주기도 한다.
분양이 결정되면 입소교육 2주와 현지교육 2주, 총 4주간의 사용자 교육이 이뤄진다. 입소교육은 안내견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안내견과 함께 보행 훈련하는 것으로 이뤄지며, 현지교육에서는 집에서 학교와 직장까지 주로 다니는 길을 안내견과 함께 다니면서 길을 익힌다. 안내견 보행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안내견은 네비게이션? 지도는 시각장애인 머릿속에안내견에 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안내견이 어디까지 안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내견이 네비게이션처럼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잡고 안내해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안내를 받는 시각장애인의 머릿속에 갈 곳의 지도가 이미 그려져 있어야 한다.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시각장애인의 몫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위험요소(웅덩이나 장애물)들을 피해갈 뿐이다.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흰 지팡이 보행과 안내견 보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흰 지팡이 보행을 할 때는 스스로 장애물을 발견하고 피해가야 하기 때문에 온갖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반면 안내견 보행 때는 안내견이 장애물을 피해가므로 가야 할 방향만 생각하면 된다. 장애물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감소한다. 또, 안내견과 함께 보행할 때 자세가 더 편안하다.
유석종씨는 선천성 녹내장으로 어린 시절부터 앞을 볼 수 없었다. 맹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시각장애인 안내견 강토와 만났다. 벌써 5년이 흘렀다. 오랜 세월 함께 지내다 보니 때로는 강토가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배를 위로 향하게 누워서 자거나 코를 골 때면 강토가 정말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함께한 시간만큼 애틋한 마음도 크다.
안내견은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갈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 차에 탈 때나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안내견은 어디든 동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해 주어야 한다.
"개는 식당 밖에 묶어놓고 들어오라고 하던 분들도 막상 강토가 얌전히 앉아있는 걸 보면 참 착하다면서 예뻐해 주시거든요. 이렇게 해서 안내견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겨주면 다음에 다른 시각장애인이 방문했을 때는 좀 더 수월하게 출입할 수 있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