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가 회원들에게 보낸 '긴급 혈액 공지' 쪽지
조광선
"'귀한 피'이기 때문에 값지게 사용되길 원할 뿐" “우리는 ‘순수 자원 봉사단체’ 입니다. ‘귀한 피’라고 귀한 대접을 받길 원하는 것이 아니고 ‘귀한 피’이기 때문에 값지게 사용되어지길 원할 뿐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귀한 피’이다 보니 보상을 받는 단체로 오해하기 십상인데 절대 아니다. 김씨가 가장 힘주어 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씨를 비롯한 회원들은 평균 1년에 3~4번 정도 공혈(혈액을 제공하는 것)을 한다. RH- 공혈자들은 정기적인 헌혈보다는 응급 환자 발생시 지정헌혈(수혈자가 먼 지역에 있을 경우 공혈자가 가까운 혈액원이나 헌혈의집에서 헌혈 후 환자의 소재와 신상을 알려주면 혈액을 무상으로 보내주는 제도)을 권장한다.
혈액의 보관기간(대략 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을 감안하면 위급할 때 자신의 혈액형과 일치하는 RH- 수혈자에게 공혈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정헌혈이 있어 멀리까지 가서 공혈을 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환자의 생명이 분, 초를 다투는 화급한 상황이 많이 벌어져 신속한 공혈이 필요할 때도 가끔 있다. 그럴 때 전국에 있는 ‘아특사’ 회원들이 자신의 혈액형과 맞는 환자들에게 달려가 필요한 혈액을 제공한다.
긴급하게 환자들에게 달려가려면 개인 일정 차질은 물론이고 비용까지도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공혈을 하고 나면 보호자들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봉투를 주머니에 넣어주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중히 거절한다. 그리고 “빨리 환자가 쾌유하길 빌겠습니다”고 말하고 분위기가 어색해진(?) 병원을 부리나케 나선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 경황 없는 보호자들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말 안해도 경황 없는 보호자들 충분히 이해" “한번은 응급실에서 공혈을 끝내고 솜으로 혈관을 압박하고 있는데 보호자가 오셨어요. 할머니 환자의 남편 되시는 할아버지이신데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 저도 코 끝이 찡해 지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항상 보람 있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황당한 일도 있었노라고 말하면서 김씨의 밝았던 얼굴이 ‘썩소’가 되었다.
1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RH-혈액을 구하는 한 환자의 보호자들이 카페 여기저기에 ‘혈액 급구’ 한다는 사연을 도배 하다시피 했다. 카페 운영 스태프가 ‘헌혈해주세요’ 게시판만 제외하고 모두 지웠다. 그런 후 보호자에게 자초지종을 묻고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당신네 회원 비상연락망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나한테 좀 주쇼.”
“회원 비밀사항을 어떻게 넘겨 드립니까? 저희가 비상 SMS를 공지하겠습니다.”
“왜 못 줘?, 당신네 이런 급할 때 운영하려고 이런 거 운영하는 거 아냐? 내가 00신문 기자인데, 좀 내놓지.”이런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카페 운영자나 스태프는 이럴 때 냉정해야 한다고 김씨는 힘주어 말한다.
"'헌혈봉사대' 운영으로 긴급시 전국적으로 RH- 혈액 제공"카페 회원들 모두가 공혈자 봉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자에 한해 ‘헌혈봉사대’를 모집해서 현재 120명이 모집이 돼 있다( ‘헌혈봉사대’는 개인연락망을 제공한 회원들이고 그 외에 일반 회원들도 온라인 공지를 통해 헌혈에 참여) 이들을 중심으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비상시 SMS로 환자의 수혈관련 정보를 보내(혈액형별 분류 발송) 비상 혈액제공 봉사를 하고 있다.
‘아특사’ 카페는 두 개의 중요한 게시판이 있는데 하나는 급하게 혈액을 구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주로 글을 써서 알리는 ‘*헌혈해 주세요’ 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나 보호자가 혈액을 제공 받고 글을 올리거나 공혈을 한 후 공혈자가 올리는 ‘*헌혈했어요 고마워요’ 이다.
많은 사람들이 RH-라고 하면 유전병인 것처럼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똑같고, 단지 사고시나 수혈을 받아야 하는 수술을 할 경우 RH+ 보다 혈액을 구하기 어려울 뿐이다.
“나도 딸 하나 낳고 잘 살고 있고 우리 누나도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거든요. 우리 카페 회원들은 또 어떻구요?”(RH- 라고 혼자 끙끙하며 고민하셨던 분들 RH- 피에 관해서는 일가견 있는 분들이 이렇다고 하니 안심하셔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