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애 수녀.
이민정
그래도 조 수녀는 아직까지도 유가족을 만나러 다닌다. 교도소 안에서 잠들기 전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이 깊이 참회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지금도 사형수를 만나러 들어갈 때마다 조마조마해요. 사형수들은 교도소 안에서 뻔뻔스럽게 살고 있지 않습니다. 항상 매일 죽는 연습을 해요. 아침이 되면 '오늘이 그 날(사형집행날)일까', 저녁이 되면 '오늘이 지났구나' 하면서 하루를 성찰해요. 죽을 준비를 매일 합니다. 그들을 용서해주자고요. 달력의 빨간 날을 제일 좋아하죠. 휴일이라 사형집행이 없거든요. 사형 집행장을 자기들 말로 '넥타이 공장'이라고 하는데, 그 곳을 청소할 때마다 술렁거려요. 이제 그만, 죽음의 공포로부터 그들을 구해주자고요."그가 20여년간 만난 사형수는 40여명.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등장하는 모니카 수녀(윤여정 분)의 실제인물이 바로 조 수녀다.
그는 매주 화요일 사형수를 만난다. 이미 사형을 구형받고, 마음을 정리한 뒤 만나고자 하는 종교를 선택하면 조 수녀와의 어색한 첫 만남이 성사된다.
"처음 만날 때는 어색하죠.(웃음) 처음 만났을 땐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요. 일상다반사요. 교훈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같이 노래도 불러요. 자기가 저지른 사건 이야기를 일체 안 해요. 6개월 정도 지나면 오픈(공개)하죠. 종교교육을 시키는데, 정말 똑똑해요. '잘 키웠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죠.""잘못을 뉘우친 이들에게 죽음 대신 새 삶을"그는 그동안 만났던 사형수들을 이야기하며 제 자식처럼 아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불쌍하게 자란 아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잊을 수 없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사시에 말더듬는 장애가 있었어요. 장애인 부모가 동네에 버렸다가 다시 데려다 키웠는데, 끝내 엄마는 가출했고, 힘든 형편 때문에 장애인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요. 취직도 쉽지 않았죠. 장애가 있으니, 좀 쓰다가 쫓아내고. 인생을 비관하며 자살하려고 손목도 여러 번 그었대요. 떠돌아다니다가, 차를 타고는 사람을 들이 받아서 죽였어요."하지만 그는 지난 97년 사형됐다. 조 수녀는 30대 사형수에 대해 "순진한 아이였고, 죽으면서 영치금을 가난한 재소자에게 주라는 유언도 남겼다"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뛰어나서, 이 아이만은 결혼을 했으면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형수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불쌍하게 자란 이들"이라며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들에게 회개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종 느린 속도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던 그는, 사형제 폐지론을 펼칠 때 말의 속도를 높였다.
"우리가 생명 존중을 너무 모른다"며 사형제 폐지론에 힘을 주던 조 수녀에게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생명을 뺏었던 사람들 아니냐"고 반박하자, 그는 "사형수들이 생명을 함부로 다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변화해가는 이들을 꼭 죽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사형제를 유지하자는 사람들은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서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학자들이 이미 논문을 통해 증명했어요. 범죄가 많다는 것은 그 사회가 병들고, 사회 구성원의 아량이 좁아졌다는 걸 뜻합니다."그러면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알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엄청난 업신여김을 당합니다. 집 나온 한 소년이 폐가에 숨어있다고 해서 뭘 좀 먹이고 씻기려고 갔더니, 경찰이 와 있었어요. 곧바로 소년은 현장에서 체포됐죠. 몇 년 뒤 수소문해서 소년을 찾았더니, 교도소로 옮겨져 수년을 살고 나왔더라고요. 경찰에 붙잡혔을 당시, 몸에 칼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간 거죠."그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1~2년 안에 교화되지는 않는다"면서 "그들이 정말 잘못했지만, 잘 살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형제 폐지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