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앞을 지키고 있는 주목.
안병기
1943년, 이곳에서 지낸 성철 스님의 하안거복천암 선원은 금강산 마하연, 지리산 칠불암과 더불어 구한말 3대 선방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곳이다. 동산 스님, 성철 스님, 고암 스님 등 내노라하는 선승들이 모두 몇 철씩 머물다 갈 정도로 선수행으로 이름난 암자다.
성철 스님 행장기를 보면 1943년에 이곳에서 하안거를 난 것으로 돼 있다. 1936년에 출가했으니 출가한 지 7년째 되던 해에 이곳에 온 것이다. 당시 성철 스님은 얼마나 서슬 푸른 납자였을까.
어느 한 학인이 조주 스님에게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庭前柏樹子)"하고 묻자, 조주 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대답했다던가.
선원 뜰 앞에는 상당히 밑동이 굵은 주목 한 그루가 서 있다. 태백산이나 소백산 주목 가운데 가장 큰 나무와 맞먹을 정도로 굵은 나무다. 이곳에서 꽤 오랜 세월을 머무르면서 숱한 선객들을 지켜보았을 산 증인이다.
성철 스님께서 이곳에서 정진하시던 시절에 내가 여기 와서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까닭입니까?"하고 물었다면 아마 이 나무를 바라보면서 "뜰 앞의 주목"이라고 답하진 않았을까 싶다.
암자로 들어오는 길에 본 '속리산복천암선원복원기념비'에 따르면 이 복천선원 건물은 1980년에 지은 것이다. 지금 선원 건물은 해제 철을 틈타 수리 공사가 한창이다. 'ㄴ' 자 형으로 된 건물 중 '호서제일선원'이라는 현판을 단 가장 좌측 부분들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