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강 상류의 주암댐 전경지난 9월 태풍 나리가 제주도와 남해안을 강타하면서 초당 2천톤의 물을 방류하는 통에 인근 농경지가 순식간에 수몰되는 피해를 입었다.
서부원
이토록 낙후한 목사동이 얼마 전 큰 물난리를 겪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산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 웬 물난리인가 싶었지만, 우연찮게 들렀던 피해 현장은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깊은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목사동면 소재지에서 용산재 방향으로 접어들어 보성강에 면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니, 자갈로 덮여버린 밭과, 물이 흥건한 채 누런 벼들이 싹을 틔운 채 드러누워 있는 논이 보였습니다. 또, 온갖 쓰레기가 아름드리나무 줄기에 엉킨 채 달려있고, 족히 몇 십 년은 돼 보이는 나무들조차 뿌리가 들린 채 한쪽 방향으로 눕혀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파 한 분이 건질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논두렁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은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도 무척 초라하게 보였고, 이웃으로 보이는 주민 한 사람과 서로를 다독이듯 나누는 사투리 짙은 푸념조차 처량하게 느껴졌습니다.
물고기를 가둬 길렀음직한 보성강변 웅덩이에는 양수기가 거꾸로 처박힌 채 자갈돌만 가득하고, 그곳으로 난 시멘트 도로조차 곳곳이 부서지거나 패여 있어 통행 자체가 위험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대체 얼마나 큰 물이 들이닥쳤길래 이런 지금껏 이런 참혹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