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나바호 원주민의 전통 집인 남성용 호건(Hogan), 여성용 호건, 바람의 귀, 태양의 눈. 여성호건 내부엔 아무것도 없으나 남성용 호건엔 관광객들에게 팔 목적으로 여러 가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문종성
나는 땅 끝까지 가 보았네
물이 있는 곳 끝까지도 보았네
나는 하늘 끝까지 가 보았네
산 끝까지도 가 보았네
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네- <나바호 족의 노래> 로린(Lorin). 24세라고? 34세가 아니고? 어쨌든 '러베이'라는 아주 예쁜 딸을 둔 한 집안의 가장. 차만 제외한다면 전형적인 나바호 인디언의 삶을 영위하지만 그는 소위 '투 잡(Two job)'을 하고 영어도 유창하게 하는 실력파 인디언입니다.
하지만 그는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모뉴먼트 밸리 바로 근처의 큰 바위(Big Rock) 옆에서 생활합니다.
모뉴먼트 밸리가 나바호 인디언들에게는 거룩한 성지나 다름없기도 하지만, 그가 이렇게 사는 데에는 사실 그의 집이 인디언 관광투어의 핵심이 되는 모텔로 관광객들에게 공개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개 그룹으로 오는 손님들은 마을에 유이하게 있는 그의 집과 그의 친척집을 방문하며 그들이 취급하는 수공예품을 사 가는 걸로 로린은 생계를 이어갑니다.
"수도·전기... 그게 꼭 필요한가요?"
지난 9월 5일, 도로에서 비포장 길로 들어와 다시 20여분을 달려 밤늦게 도착한 로린의 집. 전기도 물도 없이 생활하지만 가족들 모두 큰 불편은 없는 듯 보입니다.
"호건(hogan)에서 하룻밤 자야할 것 같아요."알고 보니 이미 그의 집은 제가 자리를 차지해 누울만한 공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랜턴에 의지해 집에서 20여m 떨어진 호건까지 안내해 줍니다.
'호건'은 원추형(圓錐形)으로 삼각형의 골조에 백향목(Cedar) 통나무를 걸치고 그 위에 다시 돌이나 통나무, 잡목을 얹고 잔디나 흙으로 덮어 만든 것이며, 중심에는 화덕을 설치하고 아궁이와 굴뚝이 있는 인디언의 전통 주거공간입니다.
8각형으로 건축되어진 내부에는 빗살과 격자무늬로 그들만의 미를 드러냈습니다. 이 특별한 공간이 이제는 생경스런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이 75달러를 지불하고 하룻밤 자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들의 전통가옥이 자본주의 앞에 순순히 혹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젖힌 것입니다.
마치 몽골의 '게르'를 연상케 하는 이 공간에서 땅바닥에 양가죽시트만 깔아놓은 채 잠을 청합니다.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지 못하고 자꾸 가슴으로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