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3
이승철
“아주머니 가을 많이 주우셨네요.”
같이 간 일행이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넌지시 물었다. 고개를 든 아주머니는 무슨 말인가 하고 멈칫하다가 이내 알아듣고 미소를 짓는다.
“네. 가을 많이 주웠어요.”
“가을을 줍는다, 거 참 멋진 말이로군, 그럼 저 은행들이 바로 가을이라는 말이잖아.”
다른 일행이 맞장구를 치고 나선다. 노랗게 익은 열매는 그대로 가을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은행을 줍고 있는 아주머니는 정말 가을을 줍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독서와 낭만과 결실의 계절, 그 아름다운 계절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소리 없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