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오솔길-123> 선물

등록 2007.10.02 09:25수정 2007.10.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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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옛 소녀 이제 많이 늙어보인다
먹고 사느라 자식들 키우느라
단발머리 소녀가  영락없는 할머니 모습이다
나는 그 얼굴에서 옛모습을 찾아낸다
단정한 단발머리 영혼을 뒤흔들던 예지의 눈동자
나는 그네를 인터넷에서 찾았다
오! 그 사람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니
나를 까마득히 잊고 나에 대한 기억 하나 없더라도
나는 기억하지 그네가 걷던 그 거리
그 여학생 타고 내리던 사십년 전 그 시내버스
가을이 익어가는 오후 그네가 쓴 책을 읽고 있다
오! 빛나는 지성 탁월한 지혜여
나 오늘 추억의 소녀로부터 소중한 선물을 받아 들었네
- 최일화


시작노트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했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편지도 해 보았지만 결국 짝사랑으로 끝난 미완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소녀의 근황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인터넷을 통해서였습니다. 내가 편지를 해도 답장을 안 해주던 그 소녀는 이제 중후한 대학교 교수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책 한권을 선물로 주려했더니 받지 않던 소녀였습니다. 이제 나는 그 박사님이 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소녀로부터 받은 값진 선물처럼 마음이 즐겁습니다.

2007.10.02 09:25ⓒ 2007 OhmyNews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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