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담은 우리 조각과 건축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

등록 2007.09.30 16:00수정 2007.09.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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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 문명대 김동현 외 ㅣ 돌베개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 문명대 김동현 외 ㅣ 돌베개돌베개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1>이 회화와 공예에 관한 우리 최고의 미술품에 관한 책이라면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는 조각과 건축이다.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만났던 작품이 많다. '서산마애삼존불' '국보 제 83호 반가사유상' '석굴암 본존여래좌상' '석가탑' '다보탑' '부석사 무량수전'을 비롯한 20가지 우리나라 조각과 건축물을 상세히 설명하고 중국과 일본에서 비슷한 조각물과 건축물을 비교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만났던 작품들이지만 불교 신자가 아니기에 조각품은 대부분 불교작품이라 생소했다. 각 작품을 소개한 교수들의 설명과 눈으로 만난 서산마애삼존불,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석굴암, 석가탑, 다보탑을 더 깊이 만나지 못해 안타까웠다. 조각품을 만났을 때도 미술사적 가치만 아니라 종교심도 큰 역활을 한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깊은 만남을 하지는 못했지만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을 설명한 임남수 영남대학교 교수다음 말은 이 조각상 풍기는 멋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국보 제 83호 반가사유상은 소년의 통통하면서도 둥근 얼굴, 양손과 발의 자연스러운 살집과 마디 등을 보여주고 있으며, 옷자락에도 천이 만들어내는 질감과 주름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국보 제 83호 반가사유상의 상승하는 오른쪽 무릎은, 뚝섬 출토상이나 연가7년명 상에서 신체를 구속하고 있던 좌우대칭이나 이등변삼각형 구도를 시원스럽게 깨뜨리고, 새로운 조형예술의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깨달음의 미소는 작가로서의 성취를 이룬 불사의 희열을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하고 싶다."(본문 51쪽)

작가는 반가사유상을 만들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처를 만들고자 함이 아니라 이미 자신이 부처가 되지 않으면 이런 묘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종교심은 이론과 설명보다는 자기가 믿는 종교와 자신이 일치할 때 온전한 신자라 할 수 있다. 반가사유상을 제작한 작가 역시 그 자신이 부처와 하나되었고, 부처로 성불함으로써 깨달음 미소를 조각품에 나타냈을 것이다.

스무 가지 조각과 건축물 중에서 나를 가장 이끌었던 것은 '도산서원 도산서당'이었다. 도산서당은 도산서원 내 아래쪽 동편에 있는 작은 건물이다. 퇴계는 도산서당에서 사람을 길렀다.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사람'을 알고 성리학을 집대성하였다. 도산서당은 작은 건물이다. 3칸 기본 구조에 우측으로 익첨 1칸을 덧대는, 8평 남짓하다. 8평 공간에서 퇴계는 성리학을 이루었다. 이 시대 학문을 이루기 위하여 집을 크게 짓고, 화려한 것만 추구하는 우리에게 퇴계는 묻고 있는 듯하다. 건물로 학문을 이루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퇴계가 도산서당 동쪽 대청 한 칸을 암서헌(巖棲軒), 자신이 거처한 중앙 방 한 칸을 '완락재(玩樂齋)라 했다. 김지민 목포대학교 교수 말을 들어보자.


"암서헌이란 '(학문에 대한) 자신감을 오래도록 가지지 못했다가 이제 바위에 깃들여 조그만 효험이라도 바란다'는 주자의 운곡시에서, 완락재란 역시 주자의 <명당실기>에서 나오는 '좋아서 구경하는 것을 즐ㄹ기는 족히 여기서 평생토록 지내도 싫지 않겠다'는 글에서 취해 지은 이름이다. 결론적으로 이 서당은 자연에 최소한만 개입함으로써 큰 우주를 그려낸 퇴계의 맑고 깨끗한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라 하겠다."(본문 230쪽)

건축물 자체는 화려하지 않다. 3칸이 화려하면 얼마나 화려하겠으며, 크면 얼마나 클까? 3칸 작은 집에서 '학문'을 이룬 그가 부러울 수 밖에 없다. 큰 것만, 화려한 것만 좋은 것으로 여기는 범인(凡人)이 깨닫기는 퇴계가 크다. 하지만 퇴계가 크다는 것만 존경할 것이 아니라 작은 3칸 8평 남짓한 좁은 집에서도 성리학 최고 학자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름만 존경하는 것은 퇴계에게 무례한 일인지 모른다. 도산서당이 나에게 답한 귀한 가르침이었다.


그 외에 석가탑, 다보탑, 경회루, 담양 소쇄원은 건축 기술이 발달한 오늘도 그 아름다움과 경외스러움을 담지 못할 것이다. 이 시대는 '기술'(技術)은 있지만 '혼'(魂)은 없지 않은가? 옛 시대와 옛 사람이 남긴 조각과 건축물이 오늘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모든 것을 만들을 혼을 담았기 때문이다. 혼을 담은 건축과 조각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1·2>를 읽어보시라.

덧붙이는 글 |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 문명대 김동현 외 ㅣ 돌베개


덧붙이는 글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2> 문명대 김동현 외 ㅣ 돌베개
#조각 #건축 #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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