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코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검문이 있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예리코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말했다. 사해문서가 발견된 쿰란을 출발한 버스가 예리코 입구에 당도하자 무장한 군인들이 나와 검문을 한다. 이스라엘 군인들이었다.
“팔레스타인이라면 성경에서 말하는 가나안인들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구약성경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40년 동안 광야를 떠돌다가 요단강을 건너 최초로 함락시킨 성이 바로 가나안인들이 거주하던 여리고 성이었지요. 지금은 예리코라고 부릅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검문은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왼편으로는 석양빛을 받은 바위산들이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 쪽으로는 푸른 숲에 휩싸인 아름다운 도시가 보인다. 그러나 막상 당도해보니 인구 1만 여명의 고도(古都) 예리코는 바위산들만큼이나 황량한 모습이었다.
도시 입구에 자리 잡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시내 관광에 나섰다. 도로변으로 드러난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너무 낡아 퇴락한 모습의 저층 아파트 몇 개가 보일 뿐, 대부분 드문드문 세워져 있는 단층 건물들도 초라하고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