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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말을 듣질 않는 모양입니다. 어렸을 때는 구불구불한 논둑길, 돌멩이로 울퉁불퉁 했던 골목길에서도 요리조리 재주를 부리며 마음껏 굴릴 수 있었던 굴렁쇠였지만 70 나이를 훌쩍 넘기고 나니 판판한 운동장에서조차 마음대로 굴릴 수가 없나봅니다.
구부정한 허리에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들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편을 갈라 한쪽은 청군이고 한쪽은 백군이 되어 나란하게 줄을 맞췄습니다. 지금이야 허리가 구부정하고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들이지만 50∼60년 전에는 바로 이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하고 친구들과 까르르 거리며 웃던 아이들, 딱지치기를 하고 뜀박질을 하던 졸업생들입니다.
두 눈 지그시 감고 잠시 뒤 돌아보면 훌쩍 한 걸음에 돌아갈듯 한 초등학교 시절이지만 흘러가는 세월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다람쥐가 체 바퀴를 돌리듯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굴렸던 굴렁쇠도 이제는 마음대로 굴려지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폼 나게 굴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채 1m도 가질 못해 굴렁쇠는 픽하고 땅바닥으로 넘어집니다. 저만치서 지켜보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손녀들에게 멋진 할아버지로 보이려면 그럴싸하게 한 바탕 굴려야 하는데 이놈의 굴렁쇠가 말을 듣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넘어진 굴렁쇠를 다시 세우며 진지하게 다시 시작해 보지만 역시 서너 걸음을 가지 못해 쓰러지기만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끔 왕년의 실력이 되 살아난 듯 멋지게 굴리는 할아버지가 나오면 '와∼'하는 함성이 들려오지만 그 함성 뒤에는 다른 할아버지들의 부러움이 쏟아집니다.
굴렁쇠도 마음대로 굴릴 수 없게 된 노구를 실감하며 운동장 가운데서 쩔쩔매고 있는 할아버지들의 체면과는 상관없이 이를 지켜보는 운동장가 사람들은 동동 발을 구르기도 하지만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합니다.
시끌벅적해진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운동장
추석 다음날인 26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운동장에서는 연례행사로 '우리는 하나'라는 슬로건으로 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유치원생을 포함한 재학생 총원이 16명이라고 하니 평소 같으면 한적하기조차 할 운동장이 시끌벅적해지면 생기가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