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와 달리 깨끗하고 현대적인 짐바브웨 시골마을
김성호
짐바브웨의 여행비자 요금은 미국 돈 30달러였다. 출입국 사무소 안에는 '짐바브웨 준비은행(Reserve Bank of Zimbabwe)' 지점이 있어 환전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다.
여기서 미국 돈 50달러를 바꾸니 짐바브웨달러로 500만달러를 준다. 미국 돈 1달러에 공식 환율이 10만 짐바브웨달러이다. 미국 돈 10달러만 바꿔도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되는 셈이다.
미국 돈 50달러짜리 한 장이 주머니 속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두둑한 돈 뭉치가 되어 돌아왔다. 2만 짐바브웨달러 짜리 100장 묶음 2개와 500·1000 짐바브웨달러짜리 등 잔돈 묶음 한 개다. 괜히 부자가 된 듯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미국 돈 1달러에 환율이 1000원 이상 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에티오피아는 미국 돈 1달러=8비르, 케냐는 1달러=80실링, 우간다 1달러=1800실링, 르완다 1달러=560프랑, 탄자니아 1달러=1180실링, 말라위 1달러=110콰차였다. 물론 주로 국경에서 개인 환전상에게 바꾼 것이지만, 공식 환율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짐바브웨는 공식 환율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가장 높았던 탄자니아보다도 100배나 높았다. 그러나 환율의 착시현상에 의한 나의 흥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진다.
비자발급과 환전을 하고 나오자 음료수와 과일, 빵 등을 파는 행상 30~40명이 달라붙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안간힘을 쓴다. "헬로우"하면서 친절하게 다가와 환전을 하자는 젊은이들도 수두룩하다. 아프리카 국경마을의 분주한 모습이 되살아났다. 모잠비크와는 한 걸음 사이에 이렇게 국경의 풍경이 달랐다.
지폐 한 장 환전하니 두둑한 돈 뭉치가 짐바브웨 국경에서 수속을 마친 버스는 오후 5시 하라레를 향해 출발했다. 짐바브웨 땅에 들어서자 같은 국경 산악지대인데도 마을들이 하얀 시멘트 집으로 깔끔하고 깨끗하다. 모잠비크와 같은 흙집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간혹 보이는 흙집도 깨끗이 정돈되어 오히려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집 앞 텃밭도 잘 가꾸어놓았다. 10분 정도 지나니 '코트와 개발지역(Kotwa Growth Point)'이라는 마을 팻말이 보인다. 집 앞에 트럭과 농사용 트랙터가 놓여 있는 곳도 있다. 농촌개발 시범 지역이다.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고 흰색 중앙선이 그어져 있다. 추월 금지의 실선과 추월 가능한 점선도 중앙선에 분리해 그려 놓았다.
벌써 해가 지려고 산 위에서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해넘이 직전의 해는 불그스레하지만 왠지 우울한 느낌이다. 마지막 붉은 빛을 발하려고 하지만, 해돋이의 강렬한 붉은 빛이 아니다. 해는 버스가 지나는 위치에 따라 산봉우리에 가려 얼굴을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마치 나와 서산에 지는 해가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소떼들이 저녁놀을 배경으로 유유히 풀을 뜯어먹고 있다. 짐바브웨의 국경마을은 깔끔하고 목가적이다. 버스는 도로 옆의 바위산을 끼고 달리는 데, 바위산이 해질 무렵 분위기와 참 어울린다.
짐바브웨 국경에는 반달 모양의 둥근 산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하라레로 가는 버스는 그 둥근 산 사이를 뚫고 달린다. 무토코와 무테와 지역을 달려서 이미 캄캄한 밤기운이 서린 하라레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30분. 말라위의 릴롱궤에서 모잠비크의 중부지역을 가로질러 하라레까지 오는 데 13시간이나 걸렸다.
택시운전사와의 요금 시비 "여긴 짐바브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