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로 향하는 자전거 탐방단.
오마이뉴스 김병기
[오전 8시 50분] 수안보 6km 전, 소조령터널 입구에서 갑자기 멈췄다. 이재오 의원이 바람이 너무 빠진 자전거 때문에 휴식을 요청했다.
"오늘 <오마이뉴스> 제목 나왔네. 경부운하 '펑크나다'." 선주성 진행대장이 웃으면서 소리쳤다. 이 최고위원은 "그게 아니고, '이재오, 펑크난 자전거로 문경새재를 넘다'라는 게 제목이다"고 말했다.
그 뒤 농담이 오고 갔다. 이게 자전거 행렬을 막기 위한 공작 아니냐. 혹시 <오마이뉴스>가 문제냐. 아니면 환경연합 때문이냐. 내부 분란인가. 하지만 자전거 튜브를 확인한 결과, 내용물은 멀쩡했고, 바람 주입구 관리가 문제였다. 선주성 대장이 이번 사건을 '자작극(?)'으로 심판하면서 휴식은 끝났다.
[오전 9시 40분] 수안보를 벗어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벌써 코스의 2/3를 왔으니 기념할 만 하다. 참가자들은 모두 "힘"을 외치며 포즈를 잡는다. 하지만 환경을 걱정하는 기자는 그 '힘'이 일방적으로 행사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오전 10시 30분] 벌써 달천강 하류다. 이제 몇 ㎞만 가면 남한강 본류다.
경부운하의 최대 난코스인 백두대간 구간을 불과 다섯 시간 만에 돌파했다. 상상하기 힘들다. 자전거 코스가 조령천·터널구간·달천 중상류를 모두 건너뛴 때문이다. 덕분에 좁은 협곡, 부족한 수량, 뛰어난 환경 등으로 운하 건설의 최대 논점이 되는 현장의 탐방은 생략되었다.
경로를 줄이기 위해 자전거 행렬은 건국대를 가로 지르고, 지원차량들은 우회했다. 충주 시내를 거쳐 탄금대에 이르렀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500의 기병과 수천의 민병들로 배수진을 치고 왜군을 막아섰던 곳이다. 그 때 장군은 죽음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 남한강을 등지고 섰고, 준비가 부족했던 조선군은 결국 왜군을 막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는 남한강을 지키기 위해 그 앞에 서야할 지 모른다. 대신 경부운하 논리의 함정과 한계를 조목조목 파악하고 있으니,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오전 10시 50분] 달천강과 남한강 합수머리다. 충주댐 조정지라 제법 수위도 높고 강폭도 넓다. 마침 중간에 바지선이 떠있다. 지금 같은 모습에 아마 이재오 의원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바지선들은 다리 공사를 위한 시설이다. 조정지댐 때문에 높아진 남한강 위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비싼 공법을 채택한 모양이다.
[오전 11시 20분] 통일 신라가 나라의 중심에 세웠다는 중앙탑에 도착했다. 중앙탑 공원은 잔디밭이 잘 가꿔져 있고, 충주댐 조정지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다. 건너편 골프장까지 어우러져 경관이 그럴 듯 하다.
운하를 주장하는 분들이 빼놓지 않고 들러서 운하의 모델을 그리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곳이 그림이 되는 것은 충주시에 의해 관리되는 공원이고, 충주댐의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보조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팔당 상수원 보호제도를 묘하게 피해간 특별한 사례일 뿐이다.
이재오 산삼이라도 잡수셨나? 4일 동안 선두에서 일행 인도... "스테미너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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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젊은 사람들이 빨리 좇아와야지, 왜 자꾸 날 놓쳐!"
24일 오후 홀연히 사라졌다가, 25일 새벽 갑자기 나타난 이재오 의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25일 오전까지 달린 거리는 약 400km. 이 의원, 정말 스테미너 '짱'이다. 지친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4일 동안 선두에서 일행 20여 명을 이끌고 있다. 일행들은 다리에 파스를 붙이는 등 "정말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늘 "이 정도 가지고 뭘..."이라고 대답한다.
'산삼이라도 잡수셨나?' 그러나 그건 아니다. 대신 그는 집에서 가져온 팩으로 된 홍삼액을 마신다. 그 외에는 다른 일행들과 똑같이 먹고 잔다. 60이 넘은 사람에겐 드물게 강한 체력이다.
25일 정오 현재 위치는 충북 충주 중앙탑. 서울 여의도까지는 약 150km 남았다. 이 의원이 4박 5일 동안 부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완주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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