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들의 수다>, 그들은 할일 제대로 했다

[TV비평] KBS2 <미남들의 수다>, 그들의 솔직함을 막지 마라

등록 2007.09.25 11:36수정 2007.10.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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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말하는 친절하고도 객관적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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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방송된 KBS2 <미남들의 수다> ⓒ KBS2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타인에게 비추는 자신의 모습에 아주 민감한 민족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앞으로"만을 외치며 뒤돌아 볼 사이도 없이 뛰어온 자신의 외골수 삶을 책망이라도 하려는 듯,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의 눈으로 본 객관적인 대한민국에 대한 의견은 같은 한국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중대하게 받아들이려 하며, 조그마한 의견도 상당히 경청하는 입장을 취한다.

더 나아가 그들의 말과 의견이라면 이제껏 고수해왔던 여러 기조들도 과감하게 개혁에 버리는 모습도 종종 보여 왔다.

KBS2 <미녀들의 수다> 역시 시작은 그러한 발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세계의 사회학자, 혹은 최고경영자들의 입에서 국가방향의 대승적인 정책기조의 고견을 구했다면, <미녀들의 수다>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 평범한 외국인들의 입에서 우리들의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문화적인 인식 차이를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의 소소한 부조리에 대해 깨닫고 고쳐나가는 일종의 쾌감과 아울러 때로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환상적인 대한민국의 미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긍지를 고취 시키기도 했다. 비판과 칭찬의 적절한 조화는 언제나 그렇듯 그 요소의 효과를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는 외국인 '여성'의 입을 통해서 그것들을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가지게 되는 필연적이고도 근원적인 의문 하나. 왜 대한민국을 말하는 자리에 '외국인 여성'들만이 자리해야 하는 것인가?

외국 남성이 말하는 주관적이고도 솔직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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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외국인 참여 프로그램의 틀을 깬 <미녀들의 수다> ⓒ KBS2



이러한 의견은 프로그램 초기에서부터 상당히 많이 흘러 나왔다. 대한민국에 외국인 여성들만이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만이 저기에 앉아 대한민국을 평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올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미남들의 수다>였고, 역시나 방송 후에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벌써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에 대한 목소리가 드높아 간다.

특히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질문과 진행 방식, 그리고 등장한 패널들을 비추어 볼 때 사실 여성이 아닌 남성이 등장했다는 점만을 제외하고는 <미녀들의 수다>와 별반 차이 없이 흘러갔다. 목욕탕 문화나 술자리 얘기는 과거 <미녀들의 수다>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수없이 다루었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시청자들이 가졌던 <미남들의 수다>의 반감의 핵심은 그들이 나누었던 얘기 초반에 흘러나온 '한국 여성'에 대한 주관적이고도 솔직한 그들의 감상 때문이었으리라. 훤칠한 키와 이국적인 외모의 외국의 미남들은 <미녀들의 수다>가 초반에 그랬듯이 조금은 신기하고도 호기심 어린 시청자들의 눈을 휘어잡기에 충분했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기대했던 그것과 조금은 괴리가 존재한 듯했다.

국적은 다르지만 그들도 틀림없는 남자였기에, 그들이 한국에서 가진 대한민국 여성에 대한 주관적 감상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입장에서의 인식이었고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점은 꽤나 불편했으리라. 모르긴 몰라도 "한국의 공주병 있는 여성들의 머리를 때리고 싶다"는 식의 발언은 아무리 동화 속 왕자 같이 생긴 프랑스 남자가 말했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최대의 무기는 바로 '솔직함'

선정성, 자극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녀들의 수다>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또 여기서 발생했던 과거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는 데 기여한 점 역시 적지 않았고, 특히 성희롱 교수 발언 같은 경우는 그 파급력 또한 굉장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솔직함을 견지했다는 출발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러한 솔직함은 <미녀들의 수다>가 가졌던 최상의 장점이다. 외국인들이 단체로 한복을 입고 나와 대한민국이 무조건 최고라는 식의 식상하고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말만 늘어놓는 자위성 프로그램보다 훨씬 훌륭했다는 사견이다.

이번 <미남들의 수다>역시 그러한 점에 충실했음은 인정할 만하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느낀 그들의 주관적 감상은 아직 방송 때가 묻지 않아 기존의 연예인들처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 했으며, 이러한 이야기들은 마치 내가 외국인 친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주로 나누었던 주제와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정도면 외국인 친구들이 그나마 수위 조절을 많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욕먹기 딱 좋은 수준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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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주관적인 솔직한 발언의 수위 조절을 연출자의 몫이며, 시청자 역시 탄력적인 수용이 필요하다 ⓒ KBS2


그들의 '솔직함'을 아우르는 우리들의 탄력적 수용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그들에게 100% 한국적 감상과 문화의 주입에 입각한 의견을 듣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한국인의 감성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차라리 한국인을 앉혀놓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그들에게 듣고자 하는 것은 외국인 그들의 주관적 감상이고, 우리들은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들이 가져야 할 입장은 '탄력적 수용'이다. 즉, 외국인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들 자신이고 외국인 거울을 필요로 한 것도 우리들 자신이다. 때문에 맹목적인 의견 숭배가 아니라 듣지 않아도 될 만한 말과 의견은 무시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그들의 발언은 우회적으로 이해하는 탄력적인 수용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국인, 그들의 의견은 언제나 객관적이다'라고 위험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솔직한 발언은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이며 때로는 그들의 솔직함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의 소지를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미남들의 수다>의 그들 미남들은 솔직했다. 주관적인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프로그램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이야기했다. 그러기에 그들은 그들의 몫을 충분히 이행한 것이다. 문제는 이 부분의 문제가 전체의 문제가 되어 파생될 수 있는 여러 부작용들인데, 이러한 부작용들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며 조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연출자와 진행자일 것이다.

악의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호의적이지도 않아야 할 거울의 필수 조건은 바로 '솔직함'이다. 그것이 시청자들의 고답적인 환상으로 가려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얼마나 비극일까.
#미남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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