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조차 그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극도로 혼란한 심리상태의 스물아홉살의 여자를 만난다.
㈜엠엔에프씨
새로운 남자 재현(권민)과 만나고 있을 때도 온통 머릿속에는 옛 남자인 민환(이현우) 생각 뿐이다. 그녀를 힘들게 하고, 마음 아프게만 하는 '민환', 그녀를 위해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는 '재현'. 제3자가 보기에는 당연히 '재현'을 선택하는게 그녀를 위한 선택이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려놓는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사이에서 철저히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택한다. 이혼한 부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바쁜 외교관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무신경한 말투로 그녀의 맘을 아프게 하고 그녀와의 약속을 번번히 깨고마는 나쁜 남자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이기에 그를 향한 모든것에 관대해진다.
'민환'이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에 만나고 있던 남자에게 거짓말까지하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는 '소연'과 두손에 무거운 짐을 든 채 언덕길을 다시 내려가서 '생수 심부름'을 해오는 '소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랑의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희생만을 강요당하는 그녀가 안타깝기도 하고, 지극히 바보같게도 느껴진다.
바보같은 사랑 앞에서 힘들어하는 소연에게 재현이 묻는다. “도대체 소연씨는 누구예요?”. 그녀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누군지”라고 대답한다. '아홉수'중에서도 가장 힘든 '아홉수'라 할 수 있는 '스물아홉'을 살고 있는 그녀의 혼란한 심리를 대변해주는 대사가 아닌가 싶다.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에서 말하는 여름이 '젊음'일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있는 시간'일지, 아니면 '젊은날의 사랑'일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가기 전에 후회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안 그래도 명절에 일가 친척을 만날 때면 항상 듣는 말이 '결혼은 언제할 거니?', '사귀는 여자친구는 있니?' 라는 말들인데, 추석연휴에 스물아홉살의 사랑이란 주제의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연애'와 '결혼'에 대한 물음표가 더 커져가는 것만 같다.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교류의 사랑만 찾아가는 사랑의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머릿속에 심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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