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정원의 소비홍
조영님
졸정원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은 십팔만타나화관(十八曼陀羅花館)과 삼육원앙관(卅三六鴛鴦館)이다. 만타나화관은 주로 남자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던 장소이고 원앙관은 여자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던 장소이다.
원앙관 앞에는 여러 마리의 원앙들이 물 위에 놀고 있는데 원앙들이 별로 예쁘지는 않다. 이 건물의 유리창은 참으로 독특하다. 유리창의 일부가 파란색과 보라색의 마름모꼴 모양으로 되어 있다. 집안에서 파란색 유리를 보는 것도 예쁘지만 파란색 유리를 통해 보여지는 바깥 풍경도 볼만하다. 이 집을 설계한 주인의 미적 감각이 놀랍다.
원앙관을 돌아서 가니 ‘유청각(留聽閣)’이 있다. 유청각은 당나라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秋陽不散霜飛晩 留得枯荷聽雨聲”라는 시구에서 그 뜻을 취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 주위에도 연못에 연꽃이 가득하다. 깊어가는 가을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가장 듣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왕헌신이 이 정원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점은 바로 연못과 연꽃, 그리고 빗소리의 조화에 있지 않나 싶다. 졸정원을 거닐다 어느 정자에 걸터 앉아도 눈 앞에 연꽃이 있고,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설계한 것 같다. 졸정원의 설계자도 시인이요, 졸정원 자체도 소리와 울림이 있는 한 폭의 그림인 동시에 정교한 한 편의 시인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의 운수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토록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아름다운 정원에서 왕헌신 자신은 3년을 채 못 살고, 천하의 도박꾼인 아들은 하룻밤 도박에 졸정원을 홀라당 날려 버리고 졸정원의 한 귀퉁이에서 뒷방 신세를 지다가 죽었다고 하니 말이다.
호사스럽기 이를 데 없는 졸정원에서 한껏 높아진 안목으로 유원(留園)이라는 정원으로 갔다. 유원은 소주의 4대 정원 가운데 하나이다. 명대 가정(嘉靖) 연간에 처음 조성되었다가 건륭(乾隆) 연간에 유서(劉恕)라는 사람이 매입하였기에 당시에서는 ‘유원(劉園)’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후 광서 초년에 어떤 관료가 이 정원을 사서 여러 차례 수리를 하고 현재의 ‘유원’으로 개명하였다고 한다. 이곳도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