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기자박상규
시원했습니다. 뺨에 부딪치는 빗방울과 바람. 우린 코스모스가 만개한 국도변을 질주했습니다. 주마간산격으로 스쳐지나가는 백일홍, 개망초, 고돌빼기, 달맞이 꽃...그리고 수확을 앞둔 벼가 한껏 고개를 숙인 황금 들판도 지났습니다.
제가 출퇴근 길에 귀에 꽂고 다니는 mp3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페달을 밟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비가 계속 흩뿌렸기 때문입니다.
이틀 동안 자전거 안장에 몸을 싣고 달린 거리는 어림잡아 250여 km.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허벅지에 전해져오는 통증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제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나마 이 최고위원 일행의 거침없는 질주를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매일 40여km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 덕입니다.
경부운하가 보인다?어찌됐든 사람의 눈에는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이나 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우선 이재오 최고위원 일행들은 한결같이, 낙동강변 국도를 지나면서 '저 곳에 배를 띄우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경부운하가 보인다"라고 말하더군요.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낙동강의 깊이를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배를 띄울 수 있는 수심일까?'
이와 관련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요즘들어 부쩍 "경부운하는 553km 전구간을 다 파는 게 아니다. 자연하천 구간은 그냥 뱃길로 이용하면 되고,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인공수로 구간은 40km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553km를 파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경부운하 명칭마저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비가 계속와서 강물이 불어나기는 했지만, 낙동강의 최 하류인 구포대교 수위를 알려주는 전광판에는 1.9m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2500톤급, 5000톤급 배를 띄우려면 수심 6-9m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 후보측의 주장입니다. 준설 작업 때문에 깊은 곳은 지금이라도 배를 띄울 수 있는 수심을 유지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강바닥을 한참 파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상 자연하천 구간인 낙동강 본류도 인공수로 구간 공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40km만이 인공수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바지선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