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아이 한 아이가 길 위에 앉아 있다. 아름답다. 홀로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안준철
수업을 하다가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일은 참 드문 일이다. 그 드문 경우도 대개는 아이들의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수작일 가능성이 많다. 요즘 아이들이 그렇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생각이 짧고 감정적인 것은 참아줄만한데, 순수하지가 않다. 진실의 반응속도가 너무 느리다고나 할까?
팝송으로 영어를 배우는 영어 보충 시간이었다. 그날 내가 칠판에 가득 적어놓은 팝송 제목은 'Beautiful'이었다. 아이들이나 나나 처음 듣는 곡이었다. 방학 동안에 애써 골라놓은 곡들은 템포가 느리고 처진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퇴짜를 놓은 것이다. 다행히 가수의 음색이나 창법이 퍽 매력적이었다. 아이들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문제는 가사였다. 가령, 다음과 같은 대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매일 한결같이 너무 행복해 그러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거야 이젠 불안하기까지 해 이런 모든 고통으로 인해 정말 창피할 뿐이야 난 아름다워 남들이 뭐라 말하든 어떤 말도 날 좌절하게 만들지 못해 난 아름다워 '모든 고통으로 인해 정말 창피할 뿐'이라면서 느닷없이 '난 아름다워'라니? 처음 노래를 고를 때도 혹시 번역에 문제가 있나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궁금증이 일어 얼른 우리말로 번역된 가사를 끝까지 읽고 난 뒤에야 나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유독 내 시선을 끈 대목이 있었다.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퍼즐이 완성되지 못한 채 퍼즐 조각들은 어디론지 사라졌어 언제나 그런 식이지 넌 아름다워 하지만 나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광수(가명) 때문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광수의 풀린 눈빛 때문이었다. 물론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눈이 풀려 있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교사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광수의 경우는 얘기가 좀 복잡하다. 광수는 원래가 생기발랄한 녀석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 일정한 주기를 탄다는 것이 문제이다. 지나치게 생기발랄하거나 아니면 눈이 완전히 풀어져 있거나.
나는 수업을 할 때 한 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다. 그것은 한 아이라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 수업을 잘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아이를 포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데, 그러다보니 수업이 자주 끊기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은 그런 단점을 많이 극복하고 있는 편이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떠들거나 딴 짓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수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서 있다가 다시 앉는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이름을 부른다.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다. 그런 식으로 서너 번만 하면 수업을 멈추지 않고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가 있다. 물론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