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항상 개혁해야 한다

이성덕의 <이야기 교회사> 서평

등록 2007.09.20 16:53수정 2007.09.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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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배우고 제대로 알아야 하지만, 이 인간의 전통이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종교개혁자들의 기본 생각이었습니다.”

 

저자인 이성덕 배재대 역사신학 교수는 <이야기 교회사> 서문에서 종교개혁자들의 모토였던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져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는 교회의 신앙과 교회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13개의 주제를 뽑아 이를 현 교회에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상황과 그 문제점을 제기한다. 그 다음으로 그는 각 주제와 관련해 성경에 나온 근거를 살펴보고, 교회사에서 본 기원과 전개 과정을 살핀 후, 오늘날 이런 각 주제가 지니는 의미를 성찰하였다고 밝힌다.
 
책은 3부로 나눠 각각 성경과 신조, 교회절기와 예식, 신앙과 교회생활을 다루는데, 각 주제들은 성경, 사도신경, 부활, 성탄절, 세례, 성만찬, 주일, 주기도문, 십계명, 십일조, 직분, 성상, 교회의 직분과 교파로 이 주제를 통해 기독교의 과거와 현재를 신앙 이야기로 엮어내고 있다.

 

저자가 책을 집필하면서 ‘가볍지 않으면서’(즉 어느 정도 깊이와 전문성을 띠면서) ‘쉽게 익히는’(즉 대중적이면서도 흥미 있어야 하는), 어찌 보면 양립하기 어려운 두 요소를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듯이, <이야기 교회사>는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를 싸매고 읽어야 할 만큼 어려운 책도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 교회사>를 읽다보면, 원근법에 따라 훤칠한 가로수가 어우러진 한적한 시골길을 그린 유채화 속으로 빨려들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것은 신앙을 가진 이나, 그렇지 않은 이나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해 했을 법한 주제들을 역사와 신학의 배경을 살피며 파헤치기 때문이다.

 

가령, “기독교에서 안식일이 아니라, 주일을 지키는 이유가 무얼까?” “ 성탄절은 태양신을 섬기는 명절을 기독교화 한 걸까?” “교회 직분은 교회 내 계급인 걸까?” “왜 이렇게 교회가 많은 걸까?” 등은 최근 들어 기독교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것과 함께 교회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의문들이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면 교회 내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의문은 ‘불신앙’ 혹은 ‘믿음의 부족’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그러한 의문을 역사와 신학을 통해 풀지 않고 무조건 ‘믿음’을 강조하는 것은 오늘날처럼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오히려 기독교의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 의문들에 답하고 있는 <이야기 교회사>는 기독교인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한편 오늘날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 않는 이들 중 일부는 기독교인들의 믿음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며, 진지하게 이해하고 접근하려하기보다는 기독교의 배타성을 공격하며 오히려 극단적인 배타성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신앙은 함부로 재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합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교회사>는 전해 주며, 독자들에게 신앙의 가치를 돌아보게 해 준다.

 

성경의 형성과 신조를 다룬 부분에서 저자는 “성경은 신앙의 공동체와 그에 속한 저자들이 체험한 ‘하나님의 사건’을 자신들의 역사적 한계 속에서 자신의 언어로 해석한 일종의 ‘해석된 역사’이다”라고 정의한다.

 

또 “성경의 형성 과정은 조작이나 변질이 아니라 현재적인 성령의 역사에 대한 고백과 창조적인 해석과 수용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성경이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 있게 하려면 단순한 해석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실천을 통하여 끊임없이 검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특정한 시대의 사상이나 제도가 절대불변의 제도인양 변질되고, 교회와 신앙이 화석화되거나 우상화되어 ‘비록 선한 동기라 할지라도 본의 아니게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막7:8)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현대 교회에 대한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기도 하다.

 

이는 ‘유한한 인간은 제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지상의 가시적 교회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언제나 개혁하는 교회’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져야 한다’는 종교개혁자들의 모토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이야기 교회사>는 말하고 있다.

2007.09.20 16:53ⓒ 2007 OhmyNews

이야기 교회사 - 크리스천이라면 꼭 알아야 할

김기홍 지음,
두란노, 2010


#이야기교회사 #이성덕 #기독교의 심장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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