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우측 맨 아래가 청설모가 먹다 버리 밤입니다.
윤희경
다람쥐는 언제나 가까이 다가섭니다.
“다람쥐야, 안녕.”
“네, 아저씨도 안녕하세요.”
“많이 주었나 보구나.”
“네, 부지런히 주워 다 땅 속에 묻고 대문을 닫아 갈무릴 해야지요.”
“넌, 조만한 것만 줍는구나.”
“네, 큰 건 아저씨 가지세요. 추석 선물로….”
“넌, 참 맘씨도 곱구나.”
“아녜요,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나나요, 조금씩 나눠 가져야지요.”
“아, 네가 나를 가르치는구나.”
“아저씨, 매끈하고 잘 생긴 몇 개는 남겨놓으셔요.”
“?….”
“물어다 땅 속에 묻어놔야 새싹을 틔워내지요.”
“아! 너, 대단하구나.” 그랬다. 혼자만 잘 살면 뭐가 재미있으랴. 조금씩 나눠 먹어야 세상 살맛이 나지. 추석 때 쓰려고 배를 몇 개 따지 않고 그대로 뒀더니 까치들이 달려들어 단물을 쪽쪽 빼먹습니다. 까치들은 농부에겐 원수나 매한가지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남겨두는 일이 없습니다. 포도, 배, 대추, 수수 등 닥치는 대로 해치웁니다. ‘그래, 혼자만 잘 살면 뭐해, 같이 먹고 살자’ 해보지만 까치들은 내 맘을 알고나 있는지 여전히 까-각-깍 속을 훌렁 뒤집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