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말린 생선 같기도 한 면도칼을 갈 때 쓰는 가죽
김정애
빨강·파랑·하양의 삼색이 어우러진 원통의 네온사인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발소.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미장원과는 달리 창문 하나 없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여자들은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치외법권공간 같기도 했다.
그 옆을 지날 때면 '도대체 저 안에서 무엇을 하기에 항상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일까?'하는 궁금함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려졌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다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누군가 모시고 이발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평소 그 곳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난 동행을 자처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 동안 내내 TV에서 본 퇴폐 이발소를 떠올리며 상상력을 총동원해 밀폐된 공간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다니시는 이발소에도 여자 면도사와 안마사가 있을까? 설마 그런 곳에 나를 데려가실까? 어쩜 평소에 다니시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실지도.
머릿속에서 곧 눈앞에 닥칠 일들이 영상으로 이어져 마구 돌아갔다.
아버지의 단골 이발소, 드디어 따라가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