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이 19일 지역 언론학교에서 열띤 강의를 하고 있다.
박주현
"신문을 보면서 욕을 해대는 고질병까지 도지고 말았다. 신문기사에 나오는 사람을 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문 그 자체에 육두문자를 퍼붓는 버릇이 생겼다."얼마나 신문에 파묻혀 살기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침 밥상에서까지 육두문자를 퍼붓는 것일까. 그것도 소리 없는 종이와 활자에 대고 욕을 해대다니. 어쨌든 그 열정이 대단하다. 새 매체 창간을 위해 밤잠을 놓친 탓이라고 말하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사주로부터 독립하라', '편집권 침해 용서 못 한다'. '머독의 돈 언론엔 독?', '신정아 22시간 인터뷰' 등 제목만 봐도 굵직한 이슈의 내용을 가득 담은 <시사IN> 창간호를 불과 2개월 반 만에 만들어 낸 주역이다. 누구일까.
"신정아 단독 인터뷰기사로 1500부 더 팔렸다"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이 모처럼 지방 나들이를 했다. 19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지역 언론학교 강의를 위해 전주를 찾았다. 원고나 특별한 자료 없이도 그는 2시간 동안 열띤 강의를 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그의 강의는 9시까지 쉼없이 이어졌다. 2006년 6월 16일 심야에 삼성 이학수 부회장 관련 경제면 2쪽 기사를 경영주가 인쇄소에서 삭제하면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에서부터 지난 15일 새로운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창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그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1년 3개월의 험난한 투쟁 일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정아씨가 장장 22시간 동안 <시사IN>과 인터뷰를 해준 덕분에 자발구독이 1500부 이상 올랐다고 자랑하는 그는 "아마 잡지사상 창간호가 이처럼 호응을 얻은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성금 및 소액주주들이 낸 20억 원과 정기독자 6000명의 자산으로 출발한 <시사IN>이지만 "싸워서 만든 언론이기에 더 잘한다는 소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 1월 <시사저널> 전 기자들이 파업투쟁을 하면서 펜을 놓은 이후, 7개월 만에 취재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21세기 한국 언론 현장에서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그는 본론을 끄집어냈다.
"특정 기업에 대한 감정과 갈등이 폭발한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고 문 국장은 말한다. "언제부턴가 사내 기자들의 광고요원화, 또는 기사와 광고 바꿔치기 등이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면서 경영진과 편집국 사이에 갈등이 잦아지더니 결국 폭발한 게 <시사저널> 사태"라고 그는 정의했다.
"언론과 자본권력 간의 투쟁이 가장 격렬하게 터져 나올 곳에서 가장 극력하게 터졌을 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짧은 투쟁기간이었지만 두 가지 절실하게 느낀 점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자본권력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고, 다른 하나는 언론이 더 이상 이러한 자본의 힘에 눌려서는 안 되겠다는 두 생각이 늘 교차했다고 말한다.
향후 편집국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독립언론, 민주언론의 기본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끄럽고 아직 갈 길이 많다"는 문 국장은 "항상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내 정기독자 2만 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뉴스가치를 높이는데 더욱 충실하겠다"고 솔직히 말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의 유형은 운동하는 언론, 정치하는 언론이 있지만 끝까지 언론하는 언론이 될 것이라는 문 국장은 '깊이'와 '진실'로 승부를 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편집국을 뉴스팀과 탐사팀 둘로 나눴다고 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