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충북·강원지역 국민경선' 개표 결과 종합 1위를 한 정동영 후보가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권우성
이런 상황에서는 손학규·정동영 후보가 이해찬 후보보다 상대적 우위(손학규·정동영>이해찬)를 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내 경선의 특성은 조직 기반이 강한 후보(정동영·이해찬>손학규)가 유리하게 돼있다. 결국 두 상황의 교집합은 '정동영>손학규·이해찬'의 구도로 나타난다.
그 결과는 지난 1(제주·울산), 2차(강원·제주) 지역 경선, 특히 손학규 후보가 3위를 한 2차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동영 후보는 강원도에서 이해찬·손학규 후보에게 1· 2위를 내주었다. 그러나 충북에서의 '몰표'로 종합 1위를 했다.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괴력'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이용희 부의장의 지역구인 영동·보은·옥천 3개 군 투표자는 4872명으로 충북 전체 투표자의 40%가 넘었다. 충북 내 인구비율(9.5%)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3개 군에서 정동영 후보는 3840표를 받았다. 3개군 유효 투표의 78.8%가 정 후보에 몰린 것이다. 이 3840표의 비중은 정동영 지지표의 60.6%를 차지했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이해찬 후보는 이용희 의원 고향인 옥천에서 6.7%밖에 얻지 못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 역할을 강원도에서 이광재 의원이 했다. 강원도의 경우 이해찬 후보를 지원하는 이광재 의원 지역구인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이 후보가 65.2%를 득표했다. 투표자 수도 1326명으로, 도내 2위였다. 또 이해찬 캠프 선대위원장인 이창복 전 의원의 연고지인 원주에서도 이 후보는 1266표 중 544표(43%)를 얻었다. 두 지역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이 후보는 강원에서 1등을 했다.
손학규 후보가 강원도에서 2위를 한 데는 인구가 많은 삼척시(48% 획득) 등 도회지에서 지지율이 높은 것이 힘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손 후보가 속초(53%), 양양(40%) 등지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이다. 속초-고성-양양은 한나라당 경선 전에 손학규 후보의 대리인 역할을 한 정문헌 의원의 지역구이다. 손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한편 이시종 의원 지역구인 충주에서도 1023표 중 615표(60.5%)를 가져갔다.
'노익장' 이용희가 '젊은피' 이광재 눌렀다이용희 의원은 정 후보 캠프의 최고 고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 전에 총선시민연대가 지목한 낙천 대상자 가운데 한명으로 지목되어 열린우리당 1차 공천 대상에서 배제됐다.
당시 정동영 의장은 상임중앙위 만장일치로 재심을 이끌어내 이 의원에게 공천을 주었고, 그후 이 의원은 무난히 4선을 기록하며 국회 부의장까지 올랐다. 이 의원의 ‘괴력’은 정 후보에 대한 '보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해찬 후보를 지원한 김종률(진천 음성 증평 괴산)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지역 군수들이 직접 투표소에 나가 선거 참여를 독려했고, 선거인단 모집에도 관여한 의혹도 있다"면서 "무늬만 국민 경선이고 사실상 동원·금권·관권선거"라고 정동영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종률 의원 지역구에서도 이해찬 후보가 56.5%(1169표 중 660표)를 가져갔다. 또 이용희 의원 지역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공천자들이 전원 당선된 곳이다. 이용희 '괴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강원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전적으로 이광재 의원이 동원한 '강원도의 힘'이었지만, 이광재의 힘은 양과 질에서 모두 이용희 부의장의 노익장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결국 강원·충북 경선은 정동영-이해찬의 대리전에서 이용희의 노익장이 '젊은피' 이광재를 누른 것이다.
[외부 전선] '짝퉁 한나라당 후보론' vs '한나라당 전력 효자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