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어느 모녀
이형덕
주유소에서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는 몽골 가족을 만났다. 몽골 전통 옷을 입은 아기 엄마는 퍽이나 앳되어 보였다. 몽골은 지금도 조혼의 경향이 있다고 한다.
뒷다리를 못 쓰는 개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일행 중 한 분이 불쌍하다고 먹을 것을 열심히 던져 주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이 넓은 고비에서 재회하게 된 개와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 혹 내세가 있고, 윤회의 쳇바퀴가 여전히 돌고 있다면 다음 세상에서는 먹이를 던져주는 여행객이 되라고 개에게 빵 대신 기원을 던져 주었다.
식당에서 현지식을 하게 되었다. 흡사 우리의 옛날 시골 중화요리점 같은 식당은 아무런 장식도 없이 탁자와 작은 창문, 그리고 열차표 파는 창구 같은 주방문이 있을 뿐이었다.
고기를 다져 넣은 만두와 쇠고기 국물에 당면을 말아주는 밥이 식사로 나왔다. 모두 고추장을 비벼 먹느라 부산했다. 고추장과 한국인, 참 몰핀보다 지독한 중독의 관계다.
바빠서 그냥 지나쳤던 사원을 식사 후에 둘러 볼 수 있었다. 18세기 경에 다시 지었다는 사원은 달라이 라마가 방문했을 때 환영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사원 안에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모셔져 있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여행객들이 오면 어디선가 연락을 받고 관리인이 달려 온단다. 약간의 입장료가 있었다.
다시 길을 떠났다. 첫날밤을 보냈던 미들고비 캠프를 다시 지나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미지근하다. 얼마를 가자니, 독수리들이 보인다. 떼를 지어 모인 곳으로 차를 몰았다. 죽은 소의 시체를 둘러싼 독수리들은 좀체 비켜서지 않으려 한다. 소는 늑대에게 당한 모양이라고 했다. 주변에는 동물들의 뼈가 하얗게 쌓여 있었다. 늑대들의 식당이라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