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들의 고향에 가다

제5화

등록 2007.09.27 10:44수정 2007.09.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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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다이어리'는 시각장애인기관에서 일하는 S(김수현)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시각장애인을 취재하면서 겪게 되는 토막 이야기들을 통해 S가 시각장애인에 대해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S의 이야기가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기자 주

 

모 CF에 안내견이 등장한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발을 밟혀도 짖지 않고 듬직한 모습으로 주인과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


S가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도서관에도 안내견이 두 마리가 있다. 시각장애인 동료 J의 안내견 H와 Y의 안내견 L이다.


얼마 전 Y가 안내견 L을 놓아둔 채 다른 동료와 함께 은행에 다니러 간 적이 있다. 한번도 주인과 떨어져 본 적이 없던 안내견 L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낑낑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의 발소리가 들리자 마자 부리나케 뛰쳐나가 주인인 Y를 반겼다. 안내견들은 이렇듯 주인이 어디를 가든지 함께 하며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나 택시를 탈 때도 동행한다.


어느 날 S에게 안내견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단체로 견학을 가게 된 것이다. 직원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기회를 만든 것이다.


용인에 위치해 있는 안내견학교의 건물은 생각보다 아담했고, 개들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아보였다. 대신 건물 앞에 넓은 풀밭이 마련돼 있어 시원한 느낌이었다. 안내견학교 견학에 앞서 안내견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교육되는가에 대한 영상물 시청이 이뤄졌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흔히 이용되는 것은 리트리버 종이다. 건강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어린 리트리버들은 젖을 떼고 나면 건강검진을 거쳐 일반 가정집에 보내져 자라게 되는데 이를 '퍼피 워킹'이라 부른다. 사람과 친해지고 집안 생활에 익숙해지며 사회성을 키우기 위한 시간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강아지들은 덩치가 꽤 커진 모습으로 안내견학교로 오게 된다. 그리고 건강검진과 체력검사 등을 통해 안내견이 될 자질이 있는 개들이 선별되는데, 이 과정에서 약 70% 정도가 탈락한다. 선별된 개들만이 본격적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중에는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도 버텨야 하고, 다른 개들이 짖어대도 모른 척 제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안내견의 역할이기에 이 훈련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후 본격적인 안내견학교 견학을 통해 안내견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세면장 등을 둘러보았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며 전화벨이나 초인종 소리 등을 주인에게 알려주는 청각장애인 안내견 시범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체험이 있었는데 건물 밖으로 나가 각종 장애물이 설치돼 있는 길을 안대를 한 채 안내견의 안내에 따라 걸어보는 것이었다. S는 안내견이 자신은 지나갈 수 있는 장애물일지라도 시각장애인이 지나갈 수 없는 길이면 다른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물론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자동차 네비게이션처럼 길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길을 다닐 때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S는 골든 리트리버인 안내견 H와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안내견 L이 새삼 기특하고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덧붙이는 글 |  한국점자도서관 소식지 월간 <빛이 머문 자리>에도 연재 중인 글입니다.

2007.09.27 10:44ⓒ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국점자도서관 소식지 월간 <빛이 머문 자리>에도 연재 중인 글입니다.
#시각장애 #안내견 #리트리버 #장애물 #한국점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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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서관 기획홍보팀에 근무하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기사를 주로 작성해왔으며.이후 교육업체 및 기업 홍보를 담당하며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도움이 될만한 교육 소식을 취재하여 종종 나누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어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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