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생태관광, 자연을 망친다

보호구역까지 관광객 유치...'친환경 관광지' 먹칠

등록 2007.09.18 12:13수정 2007.09.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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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관광지
생태관광지우먼타임스
생태관광지 ⓒ 우먼타임스

[권미선 기자] 지자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생태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으나, 정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출입제한구역이나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는 곳에 시설을 설치하거나, ‘생태 교육’이란 이름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원시 환경이 고스란히 보존된 곳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이하 에코센터)는 방문객을 위해 만든 주차장에서 주차 영업을 시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주차장 입구에는 버젓이 ‘월 주차 모집, 대형 버스, 대형 트럭, 기타 차량’이라고 공고문을 내걸어, 천혜의 환경을 배기가스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코센터 측은 “주차장 영업을 위탁한 민간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나 자칫 환경 파괴를 부를 수 있는 무리한 영업을 수수방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에코센터는 지상 3층 규모로 생태계의 보고라는 을숙도 철새 도래지에 위치해 있으며 생태 교육과 생태 관광, 연구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는 청정 지역인 의성군 안평면 금곡리에 젖 짜는 염소인 ‘유산양 생태 관광 목장’을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할 예정이다.


300여 만㎡ 넓이의 이 목장에서는 유산양 3000여 마리와 흑염소 1000여 마리를 키우며 연구·가공·체험·휴양·연수 등을 할 계획. 또 각종 연구를 위해 투자 기업인 (주)이지바이오시스템 소속 연구 인력도 수도권에서 대거 이전해 생태 타운으로 만든다는 것이 의성군 측의 설명이다.

 

말로는 생태 관광이지만, 수천 마리의 가축과 숙박 시설이 들어오는 만큼 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다. 서울시도 그나마 남은 청정 자연인 생태경관보전지역, 철새보호구역 등을 생태 관광 코스로 개발한다고 지난 8월에 발표했다. 서울 시내 우수 생태 지역 24곳을 대상지로 선정하고 탐방 시설 등을 설치해 체험 생태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는 것. 이번에 선정된 생태 관광 대상지는 방이동, 한강 밤섬, 남산 등이다.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시 관계자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출입 제한이 필요한 공간은 탐방객 접근을 제한하지만 출입이 가능한 곳은 시기별로 나눠 예약제 탐방, 그룹 탐방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생태 관광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와전됐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서는 생태 관광을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이라고 정의하고,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여행 문화로 정착시켰다. 이를 위해 소규모 그룹으로 여행을 지도하고, 환경 윤리를 익힌 전문 가이드가 반드시 동행하도록 한다. 시설 설치를 지양하고 자연경관을 관찰하는 데에만 만족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마용운 국장은 “자연을 관광의 대상으로 활용한다는 것부터가 ‘자연 훼손’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이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생태 관광을 살펴보면 단 한 곳도 생태적이라고 추천할 만한 곳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대관령 지역 일대에 신개념의 생태 관광을 개발 중이다. 용어도 생태 관광보다는 ‘생태 순응형 관광’으로 고치고 시설 설치보다는 트레킹 위주의 관광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계자들은 생태 관광으로 유명한 중국, 일본, 몽골 현지를 방문했으며 정확한 콘셉트를 확정한 뒤 10월 초 세부 코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 복합개발사업단 박성호 과장은 “자연 ‘개발’이 아닌 자연 ‘활용’에 중점을 둔 순수 친환경 관광지를 만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주민 공청회를 여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09.18 12:13ⓒ 2007 OhmyNews
#여성 #우먼 #생태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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