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수공품을 수레에 싣고 가는 상인의 모습이 재미있다.
조영님
성황각의 2층에는 항주와 관계 있는 유명인사 28명을 새긴 조각도와 항주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을 묘사한 조각상이 화려하면서도 웅장하게 전시되어 있다. 흔히 항주와 관련된 인물로 소식, 백거이, 악비 등을 거론하는데 여기 와 보니 이들 외에도 문천상(文天祥), 육유(陸游), 한세충(韓世忠), 범중엄(范仲淹), 두보(杜甫), 심괄(沈括) 등 많은 인물들이 있었다.
또 이곳에는 서호의 전설과 중국의 민간고사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도 있다. 이 중에 '단교상회(斷橋相會)'라는 고사는 뇌봉탑에 전해 내려오는 <백사전>의 허선과 백사가 단교에서 서로 만나는 장면을 말한다. 그러고 보면 항주의 주된 테마는 서호와 그 서호에 전하는 <백사전>의 러브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항주를 떠나지 못해 오늘도 항주 거리를 서성이는 이유는, 머지않아 다시 항주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도 항주의 낭만성 때문이지 싶다.
성황각 옆에는 명나라 때의 관리였던 주신(周新)을 모신 성황묘가 있다. 주신은 이곳의 안찰사로 재임하는 동안 청렴결백하여 조금의 사심도 없었으며 소송을 원만하게 해결해 주어서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받았던 인물이다. 후에 주신이 명 성조에 의해 무고를 입어 피살되자 백성들의 원망을 잠재우기 위해 명 성조는 이곳 성황각에서 주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항주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성황각은 번화한 시내에서 벗어난 오산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하였다. 무엇보다도 울창하게 잘 조성된 주위의 자연경관이 마음에 들었다. 아침저녁으로 산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처럼 보였다.
성황각을 내려온 우리는 오산광장에서 서쪽으로 향하였다. 큼지막한 거리의 양쪽에 늘어선 상점을 한참 지나니 '청하방(淸河坊)'이라고 쓴 세 글자가 보였다. 이곳은 옛날 번화했던 남송시대 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거리이다. 차, 비단, 골동품, 각종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파는 가게가 운집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