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녹차
김선태
지난 어느 해 여름 나는 의지력을 실험하기 위한 내 나름의 실험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들어앉아서 온 종일 글이나 쓰면서 단식을 감행한 것이다. 그것도 전혀 사전 준비를 한다든지 이행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박에 실험에 들어가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것은 미리 준비를 해서 정상코스를 밟는 단식이 아닌 비상사태하에서 인내력과 의지력을 실험하는 그런 과정으로 내 나름대로 설정을 한 것이다.
약속 시간은 72시간이었다. 처음엔 좀 답답한 마음이 들고 쉽지 않았지만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또한 차분하게 나를 생각하게도 되고, 그동안 밀어 두었던 원고도 제법 쓸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일생동안 이처럼 단식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내 나름으로 한 번 시도를 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60시간쯤이 지나자 이젠 조금은 지쳐 가는지 힘이 들었다. 더구나 작품을 쓴다고 담배를 조금 피웠더니 입 안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영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식사는 아니니까 커피를 한 잔 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믹서 커피를 하나 꺼내어서 커피를 탔다.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텅 빈 위 속에 커피가 들어가자, 위 속을 후벼 파는 것처럼 통증이 왔다. 그때야, 아차 내가 빈속에 커피를 마셔서 위에 부담을 주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를 달래 보기 위해서 물컵을 들이마셔 보았지만 위는 쉽게 가라앉을 기색이 아니었다. 한동안 쓰라린 위를 달래 보려고 문질러 보기도 하고 쓰다듬어 보기도 하다가, 위를 달래는 길은 무엇인가 마셔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런 것 때문에 우유를 마시는 것은 단식을 포기하는 것이 되므로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마음먹고 나는 현미 녹차를 한 봉지 꺼내어서 타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