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중국 제나라 전횡장군을 모셔놓은 사당... 여기서 매해 당제가 열린다.
이현숙
빽빽한 상록수림으로 당산은 어두웠다. 그러나 당산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테러가 시작되었다. 그 무시무시한 떼는 바로 모기님들. 사랑나무까지 가는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팔을 쉴 새 없이 휘젓고 가야할 정도였다. 사랑나무와 사당만 보고 돌아나오는데도 무차별 헌혈을 당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모기님들 친절도 하시지, 배웅까지 해준다. 한 번 맛 본 피 맛을 놓칠 수 없다는 집념, 정말 지독하게 따라 붙었다.
저녁을 먹고 밤바다를 보고 싶다며 길을 찾아 나섰다. 저녁은 매운탕을 시켰는데 간재미 무침에 미련을 있어 자꾸 물었더니 서비스라며 간재미무침 한 접시가 올라왔다. 인심 참 후했다. 그런데 얼큰한 회무침을 맨입에 먹을 수는 없고, 당연 참이슬을 불렀다. 섬이라 그런가 그 맛이 왜 그리 단지, 평소 두 잔이던 주량이 각각 반병씩으로, 둘이 한 병을 다 마셨다. 우리에겐 기록이었다.
어둡긴 하지만 밤바다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혼자 가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뒤따라 오는 한 사람. 나는 바다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아무튼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걷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길이 나오고, 비탈길을 오르자 길이 넓어진다. 비스듬히 난 길을 오르니 벌써 바다가 보이는데 이크, 불빛이 날아 다닌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듯 날아다니는 그것의 정체는? 반딧불이다. 이건 하나 둘이 아니다. 밤바다는 고요하고 반딧불은 이쪽 저쪽으로 날아다니고. 내 행동이 만용이라는듯 못마땅해 하며 따라 오던 한 사람, 신이 났다. 여기가 반딧불이 서식처라며 신고해야 한단다. 먼저 갔던 반딧불이 고장, 무주보다 더 많다나. 동네 사람들한테 반딧불 얘길 했더니 '농약을 주지 않아서' 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