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의 모습북한 영토와 중국 영토를 가르는 제5호 경계비 지점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의 모습
지요하
이렇게 나는 가족 여행의 이력이 있는 편이어서, 올해 또 한 번 그 즐거움을 누려볼 생각이었다. 올해 연세 84세이신 어머니께서 더 노쇠해지시기 전에 가까운 중국이라도, 외국 여행을 한 번이라도 더 시켜드리고픈 마음이었다. 또 올해 고2인 아들 녀석이 내년에는 고3이 되므로, 올해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선은 비용 문제를 생각해야 하므로, 평택 항에서 배를 타고 중국 산둥반도를 다녀오는 상품을 선택했다. 나는 지난 2004년 6월 태안문화원 행사에 참여하여 중국 산둥반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평택 항에서 배를 타고 가고 오는, 4박 5일 관광이었다.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실팍해서, 그 여행 상품을 가족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행사와 접촉까지 하는 단계에서, 아내가 오른쪽 무릎 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게 된 사정 때문에 그 계획을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미안해하며 자신을 빼놓고 가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또 한 번의 가족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보니 여간 섭섭한 게 아니었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한국소설가협회' 사무국으로부터 공지가 왔다. '소설가 안수길 선생 <북간도> 집필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연길에서 열며, 겸하여 4박 5일 동안 백두산과 연변 지역을 돌아보는 행사를 실시한다는 공지였다.
나는 이미 2003년 여름에 가족과 함께 백두산 천지도 보고 연변 지역을 구경해본 처지였다. 헌데 묘하게도 4년 전 그 추억의 길을 다시 밟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어느새 4년 전이 되어버린, 가족과 함께 했던 그 길을 이번에는 혼자(?) 쓸쓸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정말 이상한 욕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