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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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똥 싼다'는 말이 있다. 보통 영화 등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고, 또 그만큼 재미로 받아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허나 본인의 일로 생각해보면, 이거 보통 섬뜩한 말이 아니다. 게다가 어디 내놓고 떠들 소재가 아니니, 당사자로서는 더욱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과 '혈변'의 관계가 보도되면서, 포털 사이트 등에 이에 대한 걱정 또는 궁금증들이 자주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대장암과 직결된 '피똥의 법칙' 정도는 알고 있으면 어떨까.
피똥 싸면 대장암? 아니, 치질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의 말을 들으면, '다량'일수록 '피똥'은 대장암과 거리가 먼 것 같다. 김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대장암 혈변'으로 "빨갛게 물들 정도로 대량 출혈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변 색깔도 아주 빨갛지 않고, 검붉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섬뜩한 출혈'은 "치질과 관계있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대장암으로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잠혈'이다. 김 교수는 "피가 섞여 있는지 아닌지를 현미경으로 봐야 알 수 있는 형태를 잠혈이라고 하며, 소량이 굉장히 오래 나오기 때문에, 피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아 빈혈에 이르게 된다"면서 "바로 이것이 대장암의 함정"이라고 강조했다. 대장암 초기라 하더라도, 본인이 자각할 만한 증상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장암의 자각 증상 중 하나로 꼽히는 '빈혈'에 이르렀다면, "이미 초기는 넘어간 상태, 따라서 3기에 가까운 진행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대장암이 '소량 출혈'을 보이는 이유는 "암 덩어리 표면이 헐었을 때, 노출된 혈관으로 인해 조금씩 피가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혈변의 경우 "아주 초기에도 올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기, 즉 2∼3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특히 치질을 앓았던 사람의 경우는 혈변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암은 너무 심각한 병이니까 엄청나게 아플 것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대장암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는 말로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건강 검진 프로그램 중에 대장 내시경 검사가 빠진 경우가 많아, 매년 꼬박꼬박 검진을 받았던 사람이 뒤늦게 대장암을 확인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는 하루 빨리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